'1980년대 좌파 혁명가' 다니엘 오르테가(60) 니카라과 대통령 후보가 5일 대통령선거 초반 개표와 예측조사에서 2위에 큰 표차로 앞서면서 1차 투표 당선이 유력시된다.
니카라과 선거관리위원회는 14%가 개표된 6일 새벽 4시(한국시각 오후 7시) 현재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FSLN)의 오르테가 후보가 40.04%를 얻었다고 밝혔다. 우파 진영의 에두아르도 몬테알레그레(51) 후보와 호세 리조(62) 후보는 각각 33.29%와 19.51%를 얻었다. 이와 별도로 시민단체인 '윤리투명성그룹'은 전체 투표소 10% 집계를 표본으로 예측 조사한 결과 오르테가 후보가 38.49%를 얻어 몬테알레그레(29.52%) 후보를 앞섰다고 밝혔다.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지으려면 유효표의 40% 이상을 얻거나 40~35%대의 득표율인 경우 2위와 5%p 이상 득표 수 격차가 나야 한다. 전문가들은 선관위의 초반 개표 상황이나 공신력 있는 시민단체의 예측조사 결과 1·2위간 격차가 8%포인트 가까이 벌어져 오르테가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된다고 말했다.
개표 결과가 발표되기 전부터 양 후보 진영은 각기 거리에 몰려나와 폭죽을 터뜨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산디니스타가 운영하는 라디오방송 '프리메리시마'는 "표본조사 결과 오르테가가 40% 이상을 얻어 몬테알레그레(30%) 를 눌렀다"고 보도했다. 반면 몬테알레그레 후보 진영은 그들대로 "결선에 진출했다"고 주장했다.
개표 결과가 늦어지면서 공정성 시비가 가열되고 있다. 미국 정부 참관단은 "일부 '비정상 사례'가 보고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로베르토 리바스 선관위원장은 "선거는 투명하게 진행됐으며 충분한 수의 참관인들이 지켜봤다"고 반박했다.
오르테가 후보는 1979년 소모사 독재정권을 물리친 후 집권했으나 1990년 선거에서 야권 연합 후보에 패했다. 그 후 두 차례 대선에서 패한 뒤 다시 나섰다. 우파 진영은 그가 집권하면 공산혁명 시절로 되돌아가게 된다며 맞섰지만 분열돼 두 명의 후보로 갈라졌다. 산디니스타는 대선 패배 이후에도 의회와 법원·선관위 등에 세력을 유지해 왔다.
오르테가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변신'을 적극 홍보했다. 구호도 '사랑·평화·통합'이었다. 최근 의회에서 강화된 낙태법을 전격 통과시키는 등 가톨릭 교회에도 손짓했다. 좌파 동지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산디니스타 소속 시장들을 통해 주민들에게 석유를 싸게 공급하면서 오르테가가 집권하면 공급량을 늘리겠다고 거들었다.
관건은 선거에서 '변신'을 세일즈한 오르테가가 집권한 후 행동 변화까지 보일 것이냐 여부. 일부에서는 오르테가 정부에 대한 미국 정부나 외국 투자자들의 반응도 주요 변수라고 지적한다. '니카라과연구소'의 루돌포 델가도 박사는 "오르테가 자신의 행동 때문이 아니라 그가 야기하는 공포 때문에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나과·니카라과=전병근특파원 bkj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