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밥을 맛있게 지을 수 있을까."
어제는 찰팍찰팍, 오늘은 고들고들. 밥 짓기 초보들에겐 하루 하루가 고민이다. 쌀은 얼마나 불리는지, 물은 정확히 얼마나 붓는지, 뜸은 또 얼마나 오래 들이는지.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이 지난달 25일 양재 aT센터에서 '으뜸밥 짓기 대회'를 열었다.
'가장 맛있게 지어진 밥'을 뽑아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서다. '흰 쌀밥'뿐 아니라 밤·대추·솔잎 등 건강에 좋은 재료를 넣어 만든 '별미밥' 부문까지, 총 40개팀이 참가해 밥 짓는 실력을 겨뤘다. 과연, 자르르 윤기 나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밥을 만드는 비결은 뭘까?
먼저 흰밥. 대회 참가자들은 저마다 별난 방법을 동원해 밥을 지었다. 대신, 참가자들이 재량을 한껏 발휘할 수 있도록 모두 '가스압력밥솥'을 사용하도록 했다. 쌀을 씻고 소금을 살짝 넣으면 밥에 간이 배 입맛을 돋운다는 선수, 송이·산수유 우린 물로 밥을 지으면 밥에서 숲 향이 난다는 선수, 밥은 무조건 전기밥솥으로 해야 맛있다며 개인밥솥을 가져온 선수까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지만, 심사위원들이 가장 맛있다고 뽑은 흰 쌀밥은 아주 평범한 원칙을 잘 따른 밥이었다. 먼저 쌀은 딱 3번 씻는다. 쌀 500g(4인분) 기준으로 물에 불리는 시간은 30분이 적당하다. 물은 쌀 무게의 1.3배에 맞춰 채우고 강불에 8분 20초, 약불에 2분 10초를 놓는다. 불을 끈 뒤 5~7분간 그대로 둔 다음 주걱으로 살살 저어 그릇에 담으면 완성. 쌀 불릴 시간이 없을 땐, 물의 양을 1.5배로 늘리고 강불에 8분 10초, 중불에 1분, 약불에 4분을 놓으면 가장 맛있는 밥이 된다. 심사를 맡은 농진청 한귀정 연구관은 "쌀을 불리건 불리지 않건 압력밥솥에 밥을 할 경우는 4인분 기준으로 '쌀+물 총무게'를 쌀의 2.3배, 전기밥솥에 할 때는 2.5배로 하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밋밋한 흰밥이 질릴 땐, 별미밥으로 입맛을 돋워보는 건 어떨까. 이날 대회에선 반찬 없어도 한 그릇 뚝딱 할 수 있을 것 같은 개성 만점 밥들이 소개됐다.
▲검정깨영양밥(으뜸상)
볶은 검정깨를 분마기로 살짝 갈아 놓고, 잣은 곱게 갈아 밥육수를 만든다. 밤은 2~4등분, 은행은 껍질을 벗기고 대추·표고·인삼은 채 썰어 놓는다. 쌀은 씻어 30분 정도 불린 후 갈아 놓은 검정깨와 재료를 모두 넣는다. 다시마를 물에 담갔다가 5분 정도 끓인 물에 청주 1큰술을 넣어 밥물을 붓고 밥을 짓는다. 양념장을 곁들여 먹으면 된다. 항산화 효능이 좋은 검정깨는 흰머리 방지, 항암효과, 동맥경화 예방, 노화방지, 피부건조증 등에 좋다.
▲연잎 쌈밥(버금상)
밥에 넣을 붉은 팥을 먼저 삶는다. 찹쌀을 씻어 적당량의 밤, 흑미, 삶은 팥, 뽕잎가루를 섞어 소금간을 해 밥을 짓는다. 지은 찰밥을 퍼내어 채 썬 대추와 어린 연잎, 잣을 섞는다. 1인분 밥을 쌀만큼 큰 연잎으로 밥을 나누어 싼다. 싼 밥을 꽃창포나 붓꽃잎으로 십자로 묶는다. 연 잎에 싼 묶은 밥을 찜통에 넣어 김이 오른 후 2~3분 후까지 찐다.
▲한방솔잎밥(버금상)
고혈압에 좋은 약초들로 육수를 만들어 짓는 밥. 인삼 1뿌리, 당귀 50g, 국화5송이와 삼지구잎 50g을 800g의 물에 넣고 끓여 육수를 뽑는다. 솔잎은 잘게 다진 후 깨끗이 씻은 쌀과 잘 섞어 솥에 넣는다. 솥에 물 대신 미리 만든 약초육수를 넣고, 참숯을 넣으면 밥맛이 더 좋다. 약초육수는 차게 식혀서 음료처럼 마셔도 된다.
▲잔멸치 약선밥(버금상)
1:2 비율의 찹쌀과 멥쌀, 그리고 검은콩을 섞어 불리고 물기를 뺀다. 청미래, 황매목, 오미자, 감초를 물에 같이 넣어 끓여 약재물을 우려낸다. 돌솥을 달궈 올리브유를 두르고 쌀을 볶는다. 볶은 쌀에 검은콩과 약재물을 넣고 한 소큼 끓인 뒤 멸치를 넣어 한번 더 끓인 후 뜸 들인다. 양념장과 김가루를 넣어 비벼먹으면 된다. 약재 우린 물 덕분에 멸치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멸치와 황매목은 칼슘이 많고 어혈, 중금속 해독작용을 한다.
▲소보로 초밥(아차상)
미림과 청주를 작은술로 3번 넣어 밥을 짓고, 초밥을 뭉칠 때 식초 5 티스푼, 설탕 3 티스푼, 소금 1티스분을 넣어 섞은 물을 섞는다. 연어는 소금, 후추를 뿌리고 굽고 기름을 제거하고 부순다. 참치는 기름을 없애고 간장 1 티스푼을 넣고 연어를 으깨면서 볶는다. 계란은 냄비에 풀어 중불에 가열하면서 젓가락으로 밑바닥을 긁어준다. 밥, 연어, 밥, 참치, 우메보시, 계란을 차례로 쌓는다. 연어는 비타민 D, 매실은 해독작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