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산, 칠레산, 이탈리아산…. 수입산 포도주만 '와인'이고, 집에서 만든 포도주는 그냥 '과일주'라고 치부해 왔다면 이제부터 생각을 달리하자.
수입산 못지 않은 와인을 집에서도 직접 담글 수 있다. 설탕 듬뿍 넣고 재워놓는 재래식 포도주가 아니라 효모 넣고 살균처리 하는 '과학적 와인'이다. 포도 풍성한 가을, 화성 농업기술센터 신미영(41) 생활지도사에게 그 방법을 들어봤다.
"오크통은 필요 없어요. 항아리 그리고 생수통만 있으면 돼요."
정수기에 흔히 설치하는 20? 생수통과 항아리, 포도 25㎏과 설탕을 준비한다. 25㎏이면 700㎖짜리 25병을 만들 수 있다. 포도를 예쁘고 과학적으로 발효시키기 위해 '산화방지제'(아황산염)와 '포도주용 효모'도 필요하다. 이들 첨가물은 와인 재료상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먼저 포도를 씻어 물기를 뺀 후 잘 익은 포도알만 따서 무게를 정확히 잰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아 포도껍질과 알이 분리될 정도로만 손으로 주무른다.
이제 설탕을 첨가할 차례. 국내산 포도는 '캠벨얼리'라는 종으로 외국산 포도에 비해 당도가 낮아 설탕이 필요하다. 당도가 낮으면 효모 증식이 어려워 알코올도수가 와인 적정기준(11~13%)에 못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설탕은 포도알 전체 무게의 10%가 딱 좋다. 좀 달게 먹고 싶다면 12%까지 넣어도 된다.
이제 항아리에 담아 1차 발효 시킬 차례. 먼저 포도의 갈변을 막기 위해 '산화방지제'를 포도 중량의 0.02%(10㎏당 2g)를 넣어 나무주걱으로 잘 젓고, 5시간이 지난 후에 효모를 포도 중량의 0.01%(10㎏당 1g)를 넣고 또 젓는다.
"그 다음엔 1주일간 특별관리에 들어가야 해요."
항아리 입구를 신문지나 깨끗한 면을 씌워 뚜껑을 덮고 온도는 25~27℃를 유지해준다. 그리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2번, 살균된 나무주걱으로 잘 저어야 한다. 효모에 산소를 주고 곰팡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2~3일 후엔 거품이 심하게 일고 껍질이 위로 올라오면 껍질이 즙에 잠기도록 눌러주면서 젓는다.
2차 발효는 밀폐된 생수통에서 시켜야 한다. 먼저 스테인리스 망으로 포도건더기를 거른 후 깔때기를 통해 생수통에 담는다. 완전 밀폐를 위해서 생수통 뚜껑에 구멍을 뚫어 실리콘 호스를 꽂고 소금물이 담긴 병과 연결해 놓아야 한다. 이때 호스는 와인과는 닿지 않게 한다. 처음 5일까지 많은 양의 탄산가스가 소금물 속으로 보글보글 배출된다. 실리콘 호스가 불편하면, 와인재료상에서 파는 '에어락장치'(약 5000원)를 사용하면 간편하다. 온도는 25℃를 유지해주고 어두운 곳에 보관한다.
약 3주가 지나면 2차 발효가 끝난다. 이제 침전물을 3개월마다 걸러주고 산화방지제를 넣는 과정만 남았다. 이때부턴 15℃ 정도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깨끗한 포도주만 새로운 생수통에 옮기고 산화방지제를 중량의 0.002% 넣고 다시 에어락 장치를 하는 과정을 3개월마다 3~4회 반복한다. 이후엔 와인샵에서 파는 와인병이나 일반 유리병에 담아 냉장보관해 놓으면 언제든 마실 수 있다.
신미영 생활지도사는 "이 방법대로만 하면 수입산 와인보다 더 맛있는 우리집표 와인이 탄생한다"며 "예쁜 병에 담아 가족 사진스티커를 라벨로 붙여 주위에 선물해도 좋다"고 말했다. "저도 지난주에 포도 50㎏ 사다가 남편이랑 함께 만들었어요. 남편이 더 좋아하던데요?"
♣롯데호텔 소믈리에 이재철씨가 말하는 와인 상식 10개
▲화이트 와인부터 레드 와인 순으로 마신다.
▲가격이 저렴한 와인부터 시도한다.
▲드라이한 와인부터 스위트한 와인으로.
▲마개를 딴 와인은 그 자리에서 다 마신다.
▲화이트 와인은 차게 마신다.(7~10℃)
▲레드 와인은 18~20℃가 좋다.
▲글라스는 색과 향을 잘 담아낼 수 있는 얇고 깊은 크리스탈이 좋다.
▲와인 코르크가 너무 말라 있으면 약간 산화된 것.
▲일반적으로 5년 이상 된 와인은 변질됐을 수 있다.
▲진동이 없고,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