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나치수열만 제대로 알아도 자연의 많은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최근에는 우리가 퇴치해야 할 암세포가 피보나치수열을 따라 증식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을 정도니까요."

충남 서산에 있는 한서대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광연(42) 교수는 적극적으로 수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학자다. 수학자들의 흥미로운 일화를 중심으로 펴낸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2000년)는 지금까지 10만부 가까이 팔렸다. 또 2004년에 나온 '밥상에 오른 수학'과 '신화 속 수학이야기'도 1년에 1000권 가량씩 꾸준히 나가고 있다.

"청소년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쓴 책들이지만 일부 대학에서 부교재로 사용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골치 아프게 다가오는 수학을 재미있게 접근하고픈 독자층이 그만큼 두텁다는 얘기겠지요."

지난 1993년 성균관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와이오밍주립대에서 박사 후 연구과정을 이수했던 이 교수는 이번에 '자연의 수학적 열쇠, 피보나치수열'(프로네시스)이란 책을 냈다. 자신의 전공과 가장 가까운 분야이기도 하다. 피보나치수열이란 중세 이탈리아의 수학자인 레오나르도 피보나치가 1202년 발표한 '산반서(算盤書)'에서 제기한 문제 중의 하나다. 제1항과 제2항을 1로 하고, 제3항부터는 순차적으로 앞의 두 항을 합한 수의 배열을 뜻한다. 즉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이다.

"'피보나치 수'라 불리는 이 숫자들은 솔방울의 나선 구조나 각종 꽃들의 꽃잎 수와 같이 식물이 자라는 패턴에 정확히 들어 맞습니다. 또 이들 숫자로 분수를 만들어 수열을 만들면 0.618 또는 1.618로 수렴하는데, 이는 바로 황금분할의 비(比)로 잘 알려진 수이지요."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와 람세스 4세의 무덤이 황금직사각형을 띠고 있음은 너무나 유명하고 건축과 과학 분야는 물론, 음악·미술 등 예술 분야에서도 황금비는 무수히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 화면이나 신용카드도 두 변의 비가 황금비에 가깝다고 한다.

"피아노 건반을 보지요. 8개의 흰 건반 사이에 2개와 3개로 그룹 지어진 5개의 검은 건반이 있고, 8음이 한 옥타브를 이루는데 그 안에 모두 13개의 건반이 있습니다. 보다시피 이들은 모두 피보나치 수입니다." 이렇게 피보나치수열의 매력에 빠진 학자들은 196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둔 피보나치협회를 창설하고, '피보나치수열 계간지'를 계속 펴내고 있다. 이 교수도 지금까지 이 학술지에 8번 논문을 발표했다.

"3년간 자료를 모아 집필한 이번 책에는 피보나치수열 외에도 13세기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도시 공화국의 발달, 인도 아라비아 숫자의 전파, 중세 산술과 대수학의 집대성 등 역사와 수학을 가로지르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전혀 딱딱하지 않아요."

다음 책으로 뉴턴과 라이프니치 가운데 누가 미적분학을 만들었는가의 논쟁을 준비 중인 이 교수는 학부모들에게 특별히 강조하고픈 바가 있다고 말했다. "제발 선행학습을 강요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잃게 되는 제1의 요인입니다. 그리고 통합 논술에 대비한다며 인문학 책만 읽히지 말고 과학·수학 책도 직접 골라서 권하세요. 유익하면서도 재미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