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민환경모니터 단원들이 수정구 창곡동 야산의 웅덩이 주변에 서식하는 습지 생물들을 조사하고 있다.

면적 141.85㎢, 인구 100만의 대도시 성남시. 규모에 비해 녹지가 80%로 많고 한가운데 탄천이 흘러 '생태도시'로의 조건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서울 대규모 개발과 용인 난개발 지역 사이에서 점점 사라지는 녹지와 건천(乾川)화되는 하천으로 생태계의 시급한 보전이 요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시민과 대학, 성남시가 공동으로 '습지 생태계 보전·복원'에 힘을 모으고 나섰다.

습지(濕地)는 하천·연못·늪으로 둘러싸인 축축한 땅으로 육지와 물의 중간지대를 말한다. 경원대 도시계획조경학부 전승훈 교수는 "과거에는 습지가 배수 및 매립개간의 최우선 대상으로써 방치돼왔지만 최근에는 람사협약 등 국내외에서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서 습지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남시에 잠식해가는 녹지와 말라가는 하천을 보호하기 위해선 녹지 속 수원(水原)인 '습지'를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성남시는 '생태도시(Eco-City)'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2005년 9월부터 '지역 습지 보전, 복원 운동'에 나섰다. 성남시청 환경보전과 백운엽 환경보호팀장을 중심으로 '지역 습지 보전계획'을 세우고 습지 현황 파악에 들어갔다. '우리 동네 환경 보전'을 위해 시민들도 나섰다. 30명의 시민들로 구성된 '환경모니터단'은 작년 9월부터 시청에서 습지모니터링, 습지 식생 등 매주 화, 목요일 두 시간씩 교육을 받고 웅덩이, 논, 저수지, 산간·하천 습지를 조사하며 현황 자료를 만들고 있다. 시민환경모니터단 대표 변태옥(48·주부)씨는 "시에서 제작한 비오톱지도(생태공간 GIS지도)를 들고 일주일에 두세번씩 산 속을 무작정 헤맬 때는 힘들지만 내 손으로 환경 보전을 할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성남시와 환경 전문가 조사결과, 복원사업이 시급한 것으로 진단된 서현저수지 전경.

백운엽 팀장은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가 사는 지역을 가꾼다는 보람과 함께 환경보전의 필요성도 느낄 수 있어 시민들도 적극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9월에는 시민 모니터단이 두 차례에 걸쳐 파악한 161개소 습지를 중심으로 환경 전문가들이 습지 가치평가에 나설 계획이다.

이같은 습지 현황 조사와 함께 주요 습지에 대한 복원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경원대 전승훈 교수가 작년 말부터 7개월에 걸쳐 조사한 결과, 서현저수지·심곡저수지·동자소류지·금토동 습지·율동산간 습지 등 5개 습지가 도시화에 따른 환경 훼손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교수는 "지역 곳곳에 산재한 습지들을 과학적·체계적으로 보전·복원하면 야생 생물 서식지, 홍수 조절, 수질 보호뿐 아니라 관광지·현장학습장으로도 훌륭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서울시 우면산 생태공원과 200종의 습지식물이 잘 보존된 일본 하꼬네 습생공원처럼 성남생태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속적으로 복원사업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의 연구 보고서에 따라 시는 현재 5개 습지를 중심으로 토지 매입과 복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백운엽 팀장은 "습지 보전운동에 따라 현황 조사·복원 방안이 자료로 만들어지면 앞으로 도시계획에 있어 환경가치평가에도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