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權五奎) 청와대 정책실장과 변양균(卞良均) 기획예산처 장관이 예상대로 경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에 각각 임명될 경우 정부 경제정책 라인은 옛 경제기획원 관료 출신들이 장악하게 된다. 여기에다 열린우리당 강봉균(康奉均) 정책위원회 의장도 경제기획원 출신이다. 이로써 이정우(李廷雨)·김병준(金秉準) 정책실장 같은 분배론자는 경제정책 라인에서 완전히 빠지게 됐다. 특히 5·31지방선거 직전 김병준 실장이 경제팀에서 제외된 것은 향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서 ‘분배’ 색깔이 약해질 것임을 예고해주는 것으로 관청가에선 해석한다.
새 경제팀은 올 하반기와,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내년에 '경기(景氣) 살리기'를 우선 과제로 삼아, 재정투입 확대·금리인하·기업투자 활성화 등의 정책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강봉균 의장과 강의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권오규 실장은 정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는 스타일로 평가돼 재정지출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 정책 기조는 종합부동산세·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같은 현행 대책의 골간은 그대로 유지하되 서민층과 1주택자의 세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 강구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새 경제팀의 임무는 '경기 살리기'
새 경제팀은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 내정자가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큰 흐름을 거중조정하는 가운데 권오규 부총리 내정자와 강봉균 의장이 경기부양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새 경제팀 리더들은 과거 경제기획원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만들어온 거시(巨視) 경제 전문가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성장론자와 분배론자가 섞여 있었던 과거 경제팀에 비해 비교적 단단한 팀웍으로 일치된 목소리를 내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강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한 경제부처 차관급 인사는 "비록 재정적자폭이 커지는 한이 있더라도 경기 진작을 위한 예산 확대가 우선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의 경제정책 방향을 이끌어갈 강봉균 의장은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위해선 적자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수조원대의 대규모 재정 투입을 해야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내정자도 ▲5% 경제성장률 유지와▲경기 활성화에 역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과거 경제기획원 관료시절 강 의장 인맥으로 분류됐었고, 현 정부 초대 경제수석에 임명될 때도 강 의장의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변양균 정책실장 내정자도 경기 살리기를 위한 단기적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상무는 "재정확대와 함께 기업의 투자의욕을 살리는 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새 경제팀은 부동산 정책의 골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현재 여당 내에서 386출신 의원 등 강경파들은 부동산 정책의 근간을 흔들면 탈당을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도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선 부동산 세금 강화가 5·31 지방선거 참패의 요인이 됐다는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어 종부세 납부자를 제외한 서민·중산층의 부동산 세금을 덜어주는 조치가 더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변양균 내정자의 역할 세질 듯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갈 경우 새 경제팀 내부에서 변 장관의 역할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변 장관은 원래 경제부총리 자리를 원했지만 청와대의 영남지역 출신 참모들이 새 정책실장으로 변 장관을 적극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변 장관이 정책실장이 될 경우 노 대통령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경제정책의 큰 방향을 주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변 장관은 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관청가에선 이미 실세(實勢)로 불리고 있다. 장병완(張秉浣) 기획예산처 차관의 장관 승진설도 변 장관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다만 노 대통령이 복지·부동산·개방 정책 등에서 386 참모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경우 변양균 정책실장 내정자가 새 경제팀의 성장·개방 중심 정책 운용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각종 경기부양책을 동원해서 내년 대선에 올인해야 할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정책실이 충돌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