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무협지를 읽다 보면 '강호(江湖)'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강호의 고수(高手)','강호제현(江湖諸賢)' 등이 그것이다.

이 말은 어디서 왔는가.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중국의 강서성(江西省)과 호남성(湖南省)의 머리글자를 합친 것이라는 설이다. 당나라 말기에 선풍(禪風)이 크게 일어났는데, 그 두 명의 주역이 바로 마조도일(馬祖道一·709~788)과 석두희천(石頭希遷·716~790)이었다. 마조도일은 주로 강서(江西)에서 머무르며 선객(禪客)들을 가르쳤고, 석두희천은 호남(湖南)에서 가르쳤다. 선종(禪宗)의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강서와 호남에서 배출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물이 있다고 하면 '강호'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또 다른 설은 양자강(揚子江)과 동정호(洞庭湖)를 줄인 표현이라는 것이다. 속세를 떠나 양자강과 동정호에 숨어서 사는 삶을 노래하는 가사나 시조를 '강호가(江湖歌)'라고 하였다. 이때의 '강호'라는 표현은 '제도권 밖'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양자강은 중국에서 가장 길이가 긴 강이다. 무려 6300km에 달한다. 1만6000리 물길이다. 양자강 상류에서 새끼염소를 태운 뗏목을 타고 중간중간에 이 고을 저 고을 들르면서 천천히 내려오면 어미 염소가 될 무렵에 하류에 도착한다고 한다. 하류인 상해에 도착해서 염소를 팔고 다시 걸어서 출발지인 상류까지 걸어가는 데에 1년이 넘게 걸린다. 중간에 주막집에서 술 먹다가 노잣돈이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하면 할 수 없이 몇 달간 품팔이를 해서라도 여비를 조달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여행하다 보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렇게 몇 번 뗏목에다 염소 태우고 양자강 왔다 갔다 하면 인생이 다 지나간다. 우리나라 압록강도 긴 강이지만, 뗏목 타고 내려오는 데 보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양자강은 긴 강이다.

이 양자강 뗏목 투어에서 가장 험난했던 물길이 바로 삼협(三峽)이다. 취탕샤(瞿?峽), 우샤(巫峽), 시링샤(西陵峽)이다. 여기를 지나다가 뗏목이 엎어져서 죽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협곡 양쪽으로 전개되는 경치 하나는 기가 막히다. 이번에 삼협댐 완공으로 그 낭만적인 뗏목길이 막혀버렸다고 하니 아쉽다.

(조용헌·goat135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