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절반이 싹둑 잘리고, 온몸에 수십 개의 대못이 관통하며, 불에 달궈진 육체가 고통에 몸부림친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11일 개봉)은 사지를 절단하고 사방에 피가 튀는 난도질 영화다. 이런 장르의 잔혹한 영상을 즐기는 관객에게는 최상급의 쾌락을, 그런 이미지를 혐오하는 관객에게는 구토와 메스꺼움을 던져줄 작품이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웬디(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는 친구들과 놀이 공원에 놀러 갔다가 이상한 예감에 소스라친다. 롤러코스터를 타기 직전 이 열차가 추락할 것이라는 환영을 보게 되는 것. 울고불며 난리를 친 탓에 출발 직전 열 명 가량의 친구들이 플랫폼을 빠져나온다. 그리고 잠시 뒤 롤러코스터는 추락하고,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열 명에게도 좌석 배치 순서대로 죽음이 시작된다.
2000년 나와 대성공을 거둔 '데스티네이션'이 그러했듯, 이 시리즈의 3편인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의 매력은 죽음의 순서와 법칙은 예고되지만, 언제 어떤 식으로 그 참사가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 데 있다. 당연히 관객은 곧 찾아올 잔혹한 영상을 땀을 쥐고(혹은 눈 가리고) 기다린다. CG의 도움을 받은 죽음의 이미지들은 생생한 리얼리티를 보여주지만, 너무도 구체적인 나머지 오히려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정도. 괴물이나 귀신으로 호들갑을 떠는 다른 공포 영화에 비해 잔혹의 강도로 승부한다. 롤러코스터 추락 순간이나 피부를 태우는 '태닝(tanning) 베드' 안에서의 피부 변화 등의 비주얼에 집중(혹은 회피)할 것. 또 '일상의 공포'와 '불길한 예감'이라는 두 가지 설정을 황금비율로 버무려낸 내용도 상당한 설득력을 보여준다.
입력 2006.05.09. 23:56업데이트 2006.05.1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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