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독서'가 아니고, '읽는다는 것'인가. 12명에 이르는 필자의 글을 책임 편집한 로제 샤르티에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 교수에 따르면, '독서'는 책을 읽는 것을 지칭하지만 '읽는다는 행위'는 책의 탄생 이전에도 존재했다. 따라서 이 책은 인류가 탄생한 이후의 모든 '읽기'를 다루고 있기에 독서의 역사가 아니라 읽는다는 것의 역사라는 것이다.
사실 그리스인들은 씌어진 것은 그 자체만으로는 불완전하다고 여겼다. 완전해지기 위해서는 읽는 행위가 필요했다. 게다가 띄어쓰기가 없고 통일된 정서법이 결여된 문자는 소리를 내어 읽어야만 비로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음독(音讀)에서 눈으로만 읽은 묵독(默讀)으로 변한 건 13세기 무렵이다. 수도원 시대(글을 보존한다는 성격이 강했다. '장미의 이름'을 떠올리시길)에서 대학 시대로 넘어 오면서 책은 지적 탐구를 위한 대상인 동시에 도구가 됐다. 눈으로 읽는 독서법이 전파되면서 독자는 책과 훨씬 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다루고 있는 지역이 유럽에 국한돼 있다는 결정적 한계가 있으나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통사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이미지 과잉인 현재 우리의 삶에 시사하는 바가 큰 역작이다.
입력 2006.04.0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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