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밥상, 웰빙 주스, 웰빙 화장품, 웰빙 팬티…. 온통 '웰빙' 천지인 웰빙 시대. 그러나 웰빙의 핵심은 집이 아닐까. 콘크리트나 벽돌 대신 도자기로 집을 짓는다면 어떨까.
웰빙족들의 귀가 솔깃해질 '도자(기) 하우스'가 등장했다. 도자기 굽듯 흙을 구워 건축자재를 만들고, 대리석이 아닌 '흙'으로 건물 안팎 장식물을 만든다.
24일 경상남도 김해시에서 '클레이아크(Clayarch)' 전문 미술관이 국내 첫선을 보였다. '클레이아크'는 흙(Clay)과 건축(Architecture)을 합친 말. 이곳에 작품을 내놓는 작가들은 100% 도예가도, 100% 건축가도 아닌 그 중간쯤이다. 도예와 건축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보여주고 있다.
도예를 어떻게 건축에 활용할까? 이 미술관에서 제안하는 방법 하나. 우선 흙으로 납작한 판을 만든 뒤 고온에 구워 철처럼 단단한 건축자재를 만든다. 하지만 설마 그걸로 진짜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이 미술관의 임미선 학예실장은 "물론"이라며 자신 있게 답한다. "1300도 고온에서 구워낸 도자건축자재는 아주 단단해서, 도요타에서 이 자재를 가지고 자동차도 만들었어요. 너무 비싸서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도자로 집을 짓고 자동차를 만드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두 번째 방법. 건물 안팎 장식품이나 조각을 대리석 대신 흙으로 만든다. '건축도예가'로 이름난 이탈리아 작가 니노 카루소(Nino Caruso)는 자연스러운 색깔을 지닌 흙으로 건물 입구를 장식하는 프레임(사진 왼쪽 아래), 건물 기둥 등을 만든다. 그는 "내 작품은 무공해(organic) 건물의 재료"라고 말했다.
세 번째 방법. 건물 외벽 일부를 도예 타일로 감싼다. 도예타일로 벽 한 쪽을 아예 쌓아버릴 수도 있고, 이미 지어진 건물 껍데기를 덮을 수도 있다. 클레이아크 미술관 건물이 바로 이런 경우. 관장인 도예가 신상호씨(오른쪽)가 한 장 한 장 그려 구운 수공(手工) 타일 5000장으로 건물 앞면을 덮었다. 덕분에 이 건물은 흔히 볼 수 있는 미술관이 아닌, 한 점의 조각작품 같은 건물이 됐다.
"사실 '건축도자'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해오던 것입니다. 토담, 흙으로 만든 타일, 벽돌, 기와 등이 모두 결국 흙집의 재료 아닙니까?" 신 관장은 "그 동안 의식하지 않고 현대에 맞게 새롭게 개발하지 않아 도태 되었지만, 도자는 표현력이 매우 풍부한 소재라 건물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좋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건축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도예가 크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미술관이 들어선 김해는 이미 도예인들 100여명이 개인공방을 가지고 도자마을을 이룬 곳이다. 그 때문에 지역 도예인들은 "미술관이 다른 지역 작가와 외국작가들을 중심으로 전시를 한다"며 23일 미술관 앞에서 개관 반대시위를 하기도 했다. 미술관측은 "개관 전부터 계획을 세워 지역 도예인들이 일반 도예작품을 전시·판매하는 공간을 35평 규모로 따로 만들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