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승현-김태진-얼 보이킨스-네이트 로빈슨

요즘 NBA와 KBL에서는 유독 '작은 거 인'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2m가 넘는 인간장대 숲 속에서 이들은 특유의 성 실성과 그들만의 특기로 신체적인 핸디 캡을 뛰어넘는다. 그리고 2m대의 '평범 한 선수'들이 줄 수 없는 감동을 관중들 에게 선사한다.
1986년. 한 선수가 엄청난 탄력을 이용 해 림을 향해 날아오른다. 그리고 환상 적인 몸짓으로 덩크슛을 꽂아넣는다.
관중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팔을 치 켜든 뒤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친다. 신체적인 핸디캡을 뚫고 일궈낸 '인간 승리'였기 때문이다. 역대 NBA 올스타 전 최고의 덩크슛 콘테스트는 이 선수 가 활약한 1986년이었다.
주인공은 1m70의 단신 스퍼드 웹이었 다. 1m가 넘는 서전트 점프(제자리 뛰 기)능력을 가지고 있던 웹은 말 그대로 '리틀 자이언트'였다.
웹은 화려한 덩크슛으로 유명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그리고 '휴먼 하 이라이트 필름' 도미니크 윌킨스가 연 출할 수 없는 즐거움을 관중들에게 전 달했다.
2m대의 선수가 즐비한 NBA에서 웹은 타고난 성실함과 꾸준한 연습으로 신체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NBA 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그리고 그 바통은 NBA 최단신 선수 먹 시 보그스(1m60)가 이어받았다. 1987년 NBA에 데뷔한 보그스는 14 년간 현역으로 뛰며 경기당 평균 7.7득점, 7.6어시스트, 2.6리바운드, 1.5가로채기를 기록했다. 10세때 성장이 멈춘 보그스는 일반인보다 작은 땅꼬마였지만, 놀라운 의지로 NBA 무대를 휘저었다. 그리고 연습 도중에 간간이 덩크슛을 터뜨려 팀동료들을 놀라게 하곤 했 다.
현재 NBA에도 '작은 거인'이 두 명이나 있다. 우선 올해 NBA에 발 을 디딘 뉴욕 닉스의 네이트 로빈슨(1m75)이다. 엄청난 스피드로 코 트를 누비는 로빈슨은 팀내 핵심적인 식스맨이다. 그는 최근 신선 한 발표를 했다. 오는 20일 열리는 올스타전 덩크슛 콘테스트에 참 가하기로 한 것.
'누구의 덩크슛을 가장 보고싶냐'는 주제의 설문조사에서도 로빈슨 은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팬들은 1986년 스퍼드 웹의 감동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덴버 너게츠의 얼 보이킨스는 '제2의 먹시 보그스'다. 1m65의 보이 킨스는 화려한 멤버들이 즐비한 덴버에서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 하고 있다. 올시즌 경기당 평균 13.1득점에 1.5개의 리바운드를 잡는 '괴력'을 펼쳐보이고 있다. 보이킨스 역시 철저한 노력파다. 몸무게 는 불과 60kg이지만, 벤치 프레스를 무려 160kg이나 든다. 몸싸움에 서 밀리지 않기 위해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판 리틀 자이언트도 있다. 원조는 전자 랜드 김태진이다. 97~98시즌 프로에 데뷔 한 김태진의 키는 1m70이다. 워낙 작아서 신뢰를 하지 않던 사령탑들도 김태진의 성 실한 몸관리와 코트에서의 허슬플레이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올해 32세인 김태 진은 올시즌 전자랜드에서 예전만큼 많이 뛰지 못하고 있지만, 코트 위에서의 열정만 큼은 누구보다 대단하다.
'작은 거인'의 계보를 잇는 김승현(오리온 스)은 가장 위력적이다. 1m78인 김승현은 의심할 여지없는 대한민국 최고의 포인트 가드다. 타고난 스피드와 경기를 보는 넓은 시야, 그리고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만든 탄탄한 몸이 김승 현을 넘버 원 가드로 만든 요인이다.
키가 중요한 농구 뿐 아니라 수많은 종목에서 '작은 거인'들의 활약 은 꾸준하다. 여자프로골퍼 장 정(1m50), 90년대 여자탁구의 절대지 존 덩샤오핑(1m45), 남자역도의 작은 헤라클레스 나임 슐레이마놀 루(1m50) 등은 인간의 의지로 신체적인 약점을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표본이었다. 관중들에게 땀과 노력의 결정 체인 스포츠의 감동을 두 배로 전달하면서.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