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칠 때의 일이다. 가만 보니 영어가 서툰 한국 조기유학생들이 수학 성적은 우수했다. 영어시간에 문학작품을 읽히면 무표정하다가도 과학, 사회 상식을 다룬 잡지나 동화를 받으면 생기가 돌았다. 들어본 적이 있거나 이전에 배운 지식을 표현하는 영어는 이해하기가 쉬웠던 것이다.
이런 점을 활용하면 영어 공부가 재미있어진다. 새로운 지식을 익히기 위함이 아니라 알고 있는 바가 영어로 어떻게 표현되는가에 초점을 두어 영어를 배우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 과학, 사회를 영어로 공부하면 의외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굳이 비싼 원서를 살 필요가 없다. 조금만 꾀를 부리면 인터넷에서 많은 공짜 자료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www.google.com)이나 야후(www.yahoo. com)의 영문 검색창에 'math word problems'(수학 서술형 문제) 혹은 'fun science'(재미있는 과학), 'elementary social studies'(초등사회)를 쳐보자. 더 구체적으로 '5th grade math'(5학년 수학) 혹은 'elementary history'(초등 역사)를 쳐도 된다. 관련 사이트들이 셀 수 없이 뜬다.
중요한 것은 많은 자료가 아니라 몇 개를 골라 제대로 활용하는 일이다. 많이 읽어 지식을 쌓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는 것을 어떻게 쉬운 영어로 표현할 것인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구글에 'fun science'를 쳐서 나온 한 사이트에 나온 과학문제〈문제1〉를 보자. 〈문제1〉의 영어를 가만 들여다보면 어려운 단어가 거의 없다. 정전기라는 말은 3학년 이상이라면 배웠거나 경험한 적이 있으므로 설명해주면 무리가 없다. 또 walk across(~를 가로질러 걷다), reach for(~에 손을 뻗어 닿다) 등의 동사구가 나오니 직접 행동을 취해가며 연습하면 좋다. '밖의 추운 곳에 있다가 따뜻한 실내로 들어온다'는 표현도 'come inside from the cold'이다. 그리고 '머리칼이 곤두선다'는 말은 생각해내기 어려운데 알고 보면 'hair stands on end'이다.
과학문제 하나 더. 〈문제2〉의 영문을 가만 들여다보면 거의 쉬운 단어이다. 'fuse together'가 '합쳐지다/융합하다'로 혹 어려울 수 있으나 한두 단어는 새로 배우는 것도 좋다. '~이 있다'도 'there are ~'로 간단하지만 의외로 아이들이 잘 쓰지 못하므로 이를 통해 연습할 수 있다. 'As +문장'도 '점차 ~하면서'가 되니 유용한 영어표현이다.
수학 또한 영어를 배우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다음 응용문제 〈문제3〉를 보자. 역시 구글에서 검색된 www.syvum.com을 이리저리 클릭하다 얻은 문제다. 〈문제3〉 내용은 보기에는 무척 쉽기 때문에 자칫 아이들은 답을 맞히고 다른 문제를 풀려 든다. 그러나 영어표현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위의 예에서만도 대명사 쓰기, 3인칭 단수의 동사형, 의문문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따라서 문제를 읽고 푸는 데서 그치지 말고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보도록 다음과 같이 해보자.
①수학문제 예를 읽고 문장 만드는 법을 연습한다.
②카드에 수학 공식과 키워드를 적는다. (예) 25 + 8, Arthur, toy cars. truck, sedan.
③키워드를 보고 문장을 떠올려 말하게 한다.
④이러한 카드를 여러 장 만들어 다양한 게임을 한다.
카드를 쌓아놓고 엄마와 아이가 교대로 뒤집어가며 문장을 말해보자. 물론 상대는 그 문제에 영어로 답해야 한다. 이렇듯 게임처럼 하다 보면 말하는 훈련도 되고 이것을 종이에 쓰게 하면 작문연습도 된다.
(홍현주·'부모를 위한 초등6년 영어관리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