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입시학원 1번지 서울 노량진에서 '학원(學院)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메가스터디'와 '이투스'.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수능학원이 지난해 12월 30일 노량진에 대형 학원을 내면서 학원전쟁은 막이 올랐다.
이들은 공식 개원 10여일 만에 각각 1만2000명과 9000여명씩 수강생을 모집했다. 메가스터디의 경우, 수강생을 끌기 위해 인근 H학원에서 스타강사 12명을 싹쓸이했다. 정민영(18·대영고3)군은 "고3 학생이면 모르는 애들이 없을 정도의 유명 수학, 사회탐구 과목 강사들이 옮겼다. 애들은 당연히 스타 선생님의 수업을 따라 학원을 옮긴다"고 말했다.
메가스터디와 이투스는 기존 학원에 '가격 카드'도 내밀었다. 과목당 5만~7만원씩 하는 단과반 수강료를 4000~5000원씩 낮췄다. 또 새 건물에 입주해 쾌적한 학습환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들 학원에 대거 수강생이 몰렸다. 이정은(18·신림고3)양은 "온라인에서 유명한 강사들도 많고, 대리석 바닥에 에어컨까지 학원 시설도 나무랄 데 없어 다른 학원에서 수강하다 옮겼다"고 말했다.
온라인의 명성을 업고 물량 공세를 펴는 이들 두 학원의 진출에 기존 학원들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업종전환'을 하는 학원도 생겨나고 있다. 메가스터디 건물 바로 뒤 청탑학원은 입시학원에서 중·고등학생 보습학원으로 바꾸고 규모를 줄였다. 이 학원 관계자는 "재수생반 운영이 잘 되지 않아 2~5층까지 강의실로 쓰다가 현재 건물 2층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긴 지 40년이 넘은 '한샘학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문준(55) 부원장은 "최대 1만5000명까지 수강하던 학생들이 강사들이 옮긴 뒤로 2000명 정도가 확 줄었다"고 말했다.
온라인학원들의 노량진 진출은 전통의 학원 강자(强者)와 주변의 고시학원마저 긴장시키고 있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관리실장은 "올해 들어 강사들에게도 프로그램이나 자료 준비를 좀더 열심히 해보자고 주문했고, 40년이 넘은 건물의 현관 입구도 새로 수리했다"고 말했다.
고려고시학원 김준식(58) 원장은 "입시뿐만 아니라 고시학원도 이런 대형학원이 들어온다면 우리 같은 소규모 학원들은 모두 망할지도 모른다"며 "온라인 교육이 생기면서 안 그래도 2000명이던 수강생이 500명까지 줄었는데 막막하다"고 말했다.
벼랑에 몰린 기존 학원들은 거리로 나섰다. 12일 오전 11시. 서울 노량진 2동 노량진역 앞 메가스터디 학원 앞에 모인 100여명의 학원 원장과 직원들은 '학원 생존권'을 외쳤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김용현 사무총장은 "이 학원이 문을 열면서 기존의 학원에서 실력 있는 강사들을 선약금을 주고 모조리 빼내갔고, 수강생들까지 같이 빠져나갔다"며 "본래 학원들끼리는 서로 강사를 데려가지 않는 게 원칙이고 업자들끼리 약속"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메가스터디'와 '이투스'학원이 새로 문을 연 빌딩 앞에서 오후 1시까지 "학원 질서 문란 행위 즉각 중단하라"고 외치면서 항의시위를 한 뒤 해산했다.
하지만 기존 학원 원장들의 시위에도 불구하고, 메가스터디와 이투스는 공세를 꺾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메가스터디 정태욱(47) 원장은 "일정한 계약 없이 출강하는 강사들이 자유롭게 학원을 옮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이 학원의 손은진 커뮤니케이션본부장은 "2월까지 재수종합반을 개강하기 위해 현재 강사진을 구성 중"이라며 "수강생들이 늘면 수강과목도 더 개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전쟁의 불씨가 앞으로 더 커질 것 같은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