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 파괴한다고 사법부가 시끄럽더니 이제는 행정부에 기수 파괴 바람이 불게됐다. 정권 바뀔 때마다 줄서기를 해야할 것 같아 걱정이다"(보건복지부 B국장) "앞으로 살아남으려면 간부들은 성과에 매달려야 하고 부하들도 영향을 받겠죠. 부담은 되지만 긍정적인 면도 없다곤 할 수 없죠."(행정자치부 C국장)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무원단'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공직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앞으로 고위공무원단에 진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공무원들도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다.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도입되면 내년 7월부터 관리관(1급), 이사관(2급), 부이사관(3급)으로 불리던 계급은 사라진다. 대신 이 직급이 모두 고위공무원단 소속으로 통합 관리된다. 또 현재 같은 계급, 같은 호봉의 공무원이라도 담당하는 업무의 중요성과 난이도에 따라 월급도 차이가 벌어지게 된다.

◆직급 관계없이 주요 보직 맡겨

고위공무원단 제도의 핵심은 일 잘하는 고위공무원은 직급에 관계없이 주요 보직을 맡기고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사람에게는 월급도 많이 주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맡은 일을 잘한 사람에게는 성과급까지 주겠다는 것이다.

우선 계급이 아닌 담당 업무의 중요도·난이도를 반영한 '직무등급제'가 실시돼 담당 업무의 중요도가 5개 등급(가~마 등급)으로 평가되고 급여도 책정된다. 결국 중요 보직과 한직(閑職)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위공무원단에 편입되면 1년 단위의 성과계약을 체결하고, 성과 목표 달성도를 매년 4등급으로 평가하게 된다. 중앙인사위 관계자는 "내년부터 급여 중 성과급 비중을 높이기 시작해 2008년까지는 1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 못하면 퇴출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부처에 따라 승진이 이뤄지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고위공무원단 제도 아래서는 부처의 장이 소속 부처에 관계없이 능력있는 공무원을 임용제청할 수 있게 된다. 중앙인사위 관계자는 "이 제도가 실시되면 재정경제부나 기획예산처, 통일부나 국방부처럼 담당 업무의 연관성이 있을 때에는 부처 장관이 다른 부처의 일 잘하는 공무원을 스카우트하는 일이 많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 못하는 공무원은 있는 자리마저 빼앗길 수도 있다.

개방형직위 제도로 공무원이 된 민간 전문가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중앙인사위에서는 고위공무원단의 직위에 대해서는 개방형직위제로 20%, 모든 부처를 대상으로 적임자를 뽑는 직위공모제로 30%, 그리고 부처 자율인사제로 50%를 운용할 계획이다.

극단적인 경우 능력이 없는 공무원은 퇴출 선고를 받을 수 있다. 고위공무원단 소속 공무원은 5년 주기로 적격심사를 받는데, 2년 연속 근무성적이 최하위 평가를 받거나 총 3회에 걸처 최하위평가를 받으면 직권면직 심사대상이 된다. 별다른 이유 없이 2년간 보직을 받지 못해도 퇴출대상이다. 그러나 공직사회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년과 신분보장 제도는 유지된다.

◆누가 대상인가

고위공무원단에 편입될 공무원은 5월 말 기준으로 1~3급 공무원 총 1582명이다. 일반직 690명, 별정직 173명, 계약직 46명, 외무직 344명, 지방자치단체 59명, 교육청 19명, 파견 공무원 251명 등이 대상이다. 하지만 경찰·검찰·소방·군인 등 특정직은 대상이 아니다. 국회 등 입법 기관도 빠졌다. 현재 3급 공무원이라도 실·국장이 아닌 과장급 공무원은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