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타고 나는 것일까, 아니면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일까. 어떤 '재능'(Talent)에 대해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 하는 문제는 비단 배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테지만 연기자들을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연기에 관한 한 외모와 연기력의 상관관계가 늘 도마에 오르기 때문이리라.

새삼 '배우론'에 대해 원초적인 고민을 들먹이는 것은 이준기(23)라는 '신인의 발견' 때문이다. 영화 '왕의 남자'(감독 이준익, 제작 씨네월드)를 통해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온 그는 이전과는 다른 색깔과 분위기로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외모에서 풍기는 매력. 광대 '공길'의 중성적인 이미지에서 보여지듯 이준기는 여자보다 뛰어난 외모로 신비감을 자아낸다. 슬픈 듯 매서운 눈매, 오똑한 콧날, 야무지게 다문 입술, 그리고 고운 피부. 영락없는 20대 초반의 젊고 매혹적인 여성이다. 턱 아래 튀어나온 목울대와 굵은 목소리가 아니라면 영화 속의 공길과 현실의 이준기를 분별하기가 어렵다.

배우로선 참 축복받은 일이다. 타고 났으니 왕(연산군)의 시선을 사로잡는 공길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관객들도 공길의 매력에 푹 빠져 영화에 몰입할 수 있다. 슬픈 감성마저 중성적인 캐릭터를 닮아 있다.

"영화를 보면서 우느라고 정신이 없었어요. 그 때 감정이 새록새록 생각이 나서요."

하지만 이준기가 그동안 공들인 노력을 확인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는 광대로 변신하기 위해 사물놀이의 설장구, 징, 소고를 배웠다. 외줄타기와 텀블링도 익혔다. 왕 앞에서 선보이는 인형극의 손놀림도 피나는 연습의 결과다.

동성애를 암시하기 위해 허리를 드러내는 장면은 특히 힘을 준 대목. "원래 허리치수가 30인치예요. 그래서 허리가 부러질 정도로 힘을 줬더니 그런 여성스런 곡선이 나오더라구요."

이번이 세번째 영화 출연. 그러나 믿기지 않을 만큼 또렷하게 자신을 선보였다. 이미 드라마 '마이걸'에도 이름을 올린 상황. 심상치 않은 역할을 소화해서 그런지 벌써 인터넷도 뜨겁다.

"내년 소망이요? 글쎄요. 영화상 노미네이트요." 안팎의 재능이 한데 모인 연기자의 출현이 기대된다.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