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3'. 축구 포메이션이 아니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예브게니 플루셴코(23)의 '독점 점프 기술'이다.

플루셴코는 2002년 11월 그랑프리 시리즈 중 하나였던 러시아컵대회 우승 당시 '쿼드러플 토루프(Quadruple toeloop)·트리플 토루프(Triple toeloop)·트리플 루프(Triple loop)' 콤비네이션을 선보였다. 4회전, 3회전, 3회전을 연속으로 하는 것을 말하는데 토루프는 스케이트 앞부분을 얼음에 찍으면서, 루프는 스케이트 날을 얼음판에 댄 채 도약한다는 점이 다르다.

사실 쿼드러플 점프 하나만 완벽하게 성공하기도 힘들다. 몸이 튕겨져 나가려는 원심력을 통제하기 위해선 최적의 점프 높이(약 45㎝)와 회전 속도,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 국내에선 이동훈(18·구정고)만 이 기술을 소화한다. 플루셴코는 쿼드러플에 트리플 두 번까지 묶은 '4·3·3' 콤비네이션을 유일하게 성공한 선수다. 세계선수권 3회 우승, 유럽챔피언 4회, 러시아선수권 6회 제패. 폭발적인 힘과 우아한 연기로 '발레의 황제(Tzar·차르)'라는 별명을 달고 다닌다.

그런데 동계올림픽 우승과는 아직 인연이 없다. 2002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당시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으면서도 동료 알렉세이 야구딘에게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올해 3월 안방인 모스크바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 때는 양쪽 사타구니 부상으로 대회를 중도 포기했다.

하지만 플루셴코는 5월에 독일 뮌헨에서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힘썼고, 6개월 만인 지난달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랑프리대회에서 1위에 오르며 재기했다. 6월엔 지난 1년간 사귀었던 마리아 예르마크와 결혼도 했다. 내년 2월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이탈리아 토리노의 팔라벨라 링크는 플루셴코에겐 행운의 장소. 올 1월 유럽선수권 우승을 일군 곳이다. 플루셴코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작년엔 하루에 네 시간씩 연습했는데 올해에는 여섯 시간씩 훈련한다. (금메달) 목표를 위해 맥주나 샴페인 같은 술도 한 방울 안 대고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한국은 피겨 종목 출전권을 못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