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9년 나폴레옹 원정군이 아프리카 동북부 알렉산드리아 동쪽 로제타 마을에서 발견한 현무암이 현재 대영박물관에 있는 유명한 로제타 스톤(Rosetta Stone)이다. 로제타 스톤에 새겨진 상형문자는 1820년 초 프랑스의 천재 언어학자 샹폴리옹(Champollion)이 해독했다. 그는 상형문자의 기호들을 '그림'으로 보는 AD 5세기부터의 정설을 '발음기호'로 뒤집으면서 후대인들을 BC 3000년경부터 시작되는 고대 이집트의 역사로 안내할 수 있었다.
현행 국사교과서에 '중국 춘추시대에 연나라와 제나라에서 사용한 청동 화폐'라고 설명하고 있는 명도전(明刀錢)은 표면에 명(明)자 비슷한 글씨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칼 모양의 이 화폐는 네이멍구 츠펑(赤峯)에서부터 대릉하 상류의 랴오양(遼陽)은 물론 평북 영변군 세죽리(細竹里), 평북 위원군(渭原郡) 용연동(龍淵洞) 등 한반도 북부에서도 수백·수천 점씩 대규모로 출토된다. 만주와 한반도의 명도전은 연나라 세력이 고조선을 공략한 증거로 해석되어 왔다.
그러나 랴오양과 츠펑도 기원전 3세기까지는 고조선 영토라고 보는 러시아의 고조선 연구가 유엠 부찐의 견해에 따르면 의문이 생긴다. 이 시기 고조선은 연나라와 수차례 전쟁을 치르는데, 명도전이 연나라 화폐라면 고조선은 적국의 화폐를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고조선, 사라진 역사'는 이런 모순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저자 성삼제씨는 지린(吉林)대학 역사학과 교수였던 장보취안(張博泉)의 '명도폐연구속설(明刀幣硏究續說)'을 인용해 명도전이 고조선 화폐임을 밝혀냈다. 명도전 손잡이 끝의 구멍이 사각형인 방절식(方切式)은 연나라 화폐지만 원형인 원절식(圓折式)은 고조선 화폐라는 것이다. 만주와 한반도에서 출토된 많은 명도전이 원절식인 이유가 자연스레 이해된다. 그렇다면 '明'자 '비슷한 글자'는 고조선 고유 문자일 수도 있다. 샹폴리옹 같은 언어학자가 나온다면 우리도 고조선어를 통해 반만년 전 고조선의 원초적 역사로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입력 2005.12.0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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