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의 버려졌던 땅이 명소로 변했어요!"
14일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반포2동 반포종합운동장. 빽빽한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들어선 1만7000여평의 초대형 운동장에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거나 배드민턴을 즐기는 시민들로 활기가 넘쳐났다.
운동장에 들어선 축구장(90x55m), 농구장(4면), 배드민턴장(8면), 족구장(2면), 테니스장(8면), 게이트볼장(4면), 풋살장(간이축구장·1면) 마다 시민들로 붐볐다. 축구장 주변에 설치한 인라인트랙(380m)과 자전거 트랙(450m)은 동호회원들이 강습과 모임을 갖는 곳으로 인기였다.
반포천 제방을 따라 강남성모병원 사거리~동작역까지 총 2.2㎞, 폭 3m로 만들어진 워킹코스도 인기였다. 바닥재가 천연고무 재질로 탄성이 좋아 노인들의 걷기운동에 안성맞춤이었다. 늦가을 낙엽이 좋은 이 코스를 따라 반포운동장에서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까지 산책과 조깅을 즐기는 시민들도 많았다.
홍수대비 시설인 반포 유수지(遊水池·홍수 때 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해 하천 수량을 조절하는 천연 또는 인공 저수지)에 조성한 반포종합운동장이 개장 한달만에 도심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인적이 끊겼던 반포천과 운동장에 이제 하루 1000여명의 시민이 몰리고 있다.
서초구가 반포 유수지를 운동장으로 바꾸는 공사를 시작한 것은 1995년. 그러나 1998년 IMF로 사업비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2003년 어렵게 예산을 다시 마련해 공사를 재개, 3년만인 지난달 초 각종 체육시설을 갖춘 종합운동장으로 재탄생시켰다.
양정자(68·서초구 방배동)씨는 "여름이면 악취 때문에 아파트 창문도 제대로 열어놓지 못했던 곳"이라며 "탁 트인 운동장과 산책 코스가 생긴 이후 거의 매일 1시간 정도 산책에 나선다"고 말했다.
서초구 박상권 치수과장은 "퇴근이나 방과후 운동장을 찾는 시민들을 위해 야간 조명을 더 밝게 하겠다"며 "겨울에는 25x50m 규모의 스케이트장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포천에 흐르는 맑은 물도 인기였다. 서초구가 평소 건천(乾川)인 반포천에 지난 여름부터 지하철 역사와 전화국 공동구 등에서 버려지는 지하수를 하루 2700t 흘려보내기 시작한 것. 폭 1~2m의 물길이 생기자 소금쟁이, 물풍댕이, 실지렁이가 돌아오고 갈대와 갯버들도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서초구는 내년 하반기부터 한강에서 하루 1만t의 물을 끌어올려 반포천에 흘려보내 폭 5m, 깊이 20~30㎝의 생태하천으로 넓히기로 했다. 조남호(趙南浩) 서초구청장은 "방배동쪽에서 운동장을 찾는 시민들을 위해 반포천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놓는 방안도 검토중"이라며 "반포천을 붕어가 찾아오는 '강남의 청계천'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