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의 비색(翡色) 재현에 인생을 바친 도예가 혁산(赫山) 방철주(方徹株·84)옹이 18년 만에 국내에서 개인전(17일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 에비뉴엘·02-726-4428)을 열고 있다. 청자에 매달린 40년을 총결산하는 전시회다.
"어렸을 때 한 할머니가 머리에 그릇을 잔뜩 이고 와 우리 집 문을 두드리더니 그릇을 다 줄 테니 곡식과 바꿔달라고 하시는 걸 봤어요. 그때 할머니의 애절한 모습이 평생 잊혀지지 않아서 도자기 굽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는 45세였던 67년부터 일본에서 유약과 흙 다루는 법 등을 배웠고, 71년 귀국해 경기도 이천에 '동국요(東國窯)'를 세우고 지금까지 청자를 굽고 있다. 그동안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일본 대도시의 유명 백화점과 화랑 등에서 70여 회 전시를 했다. 특히 그는 2000년 말 일본 도자기상 다니 순제이(谷俊成)가 고려청자를 복원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 기사가 거짓임을 7개월간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밝혀 내 국내외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귀국한 뒤 처음 4년 동안은 흙을 찾아 전국을 헤맸습니다. 좋은 자기를 만들려면 좋은 흙이 필요한데 구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러다가 75년에 전남 강진에서 아주 질이 좋은 점토를 발견했지요. 그래서 자신 있게 청자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이후 수없이 시행 착오를 반복해서 아름다운 푸른 빛깔 내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좋은 흙'은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강진뿐 아니라 부안과 해남에서도 그 흙을 찾아냈다. 그런 흙을 바탕으로 그는 회청색 외에 다른 색은 사용하지 않는 순청자(純靑磁)를 기본으로 하되 상감, 조각, 음·양각 등 다양한 기법을 써서 화려한 현대 도자기를 만들어낸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일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현관을 청소하는 것으로 시작해 하루도 쉼 없이 일을 한다.
"자기를 굽고, 마음에 안 들면 깨고, 그렇게 굽고 깨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바로 이 색이다' 싶은 작품이 나옵니다. 그 재미에 나이를 잊고 매일 흙을 만질 수 있지요."
입력 2005.11.14. 19:14업데이트 2005.11.15.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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