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비행기에서 뉴욕의 맨해튼을 내려다보니 그 형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계의 돈이 몰려 있는 맨해튼은 그 모습이 흡사 '돼지의 다리'같이 생겼다. 이름을 붙인다면 '돈족혈(豚足穴)'이라고나 할까. 말하자면 돼지다리 명당이다. 돼지는 '재물', '다산(多産)', '비만'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맨해튼은 '돈족혈'의 이름에 걸맞게 세계의 돈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이 지구상에서 맨해튼처럼 자본과 풍요가 몰려 있는 곳은 없다. 풍수에서 재물을 모으는 결정적 요소는 물인데, 맨해튼은 허드슨 강과 이스트 강이 좌우에서 감싸 흐르고 있는 섬이다. 양쪽의 강물이 재물을 모으고 유지시켜 주는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양쪽 강물이 서로 만나는 장소, 즉 어느 지점에서 합수(合水)되는 가이다. 흥미롭게도 합수 지점 부근에 '월가'(Wall Street)가 자리잡고 있다. 세계의 돈이 여기에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풍수에서는 합수 지점이 포인트로 꼽히는데, 맨해튼 역시 이 근방에 금융빌딩들이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강물이 지니는 또 하나의 생태적 기능은 화기(火氣)를 식혀주는 역할이다. 문명과 도시는 불을 먹고 자란다. 현대도시를 움직이는 자동차와 전기에너지는 불기운에 해당한다. 고층빌딩이 올라갈수록 화기가 증강되므로 도시는 더워지고 건조해진다. 이러한 도시의 상기증(上氣症)을 치료해주는 처방은 역시 물이다.

문명이 불이라면 자연은 물인 것이다. 허드슨 강과 이스트 강의 풍부한 수량은 맨해튼의 화기를 내려주기에 충분하다. 맨해튼의 공기가 서울보다 깨끗하고 여름에 시원한 이유 중의 하나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맨해튼의 지세가 지닌 또 하나의 장점은 바닥이 암반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이 여의도와 다르다. 암반은 강력한 지자기(地磁氣)를 방출하므로 인체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면서, 동시에 고층의 빌딩숲을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돈족혈'의 상극은 새우젓이다. 돼지다리의 발톱을 망가뜨린 9·11테러는 돼지고기를 혐오하는 이슬람이 갑자기 새우젓을 쏟아 부은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