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입적한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法長) 스님이 우리 사회에 '아름다운 죽음'이란 묵직한 화두(話頭)를 던지고 있다.

생전에 '생명나눔실천본부'를 결성, 장기기증을 서약했던 스님의 뜻을 살려 12일 법구(法軀·시신)가 동국대 일산병원에 기증되자, 13~14일 이틀간 총무원 기획실장인 법안 스님과 문화부장 탁연 스님, 불교신문 주간 정범 스님 등 24명의 스님도 사후 장기·시신기증 대열에 동참했다. 일반 신도 181명도 서약했다. 영결식이 열리는 15일엔 수덕사의 비구·비구니 스님들이 단체로 서약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덕사는 법장 스님이 출가했고, 주지를 지내기도 했던 곳이다. 생명나눔실천본부가 출범한 뒤 11년 동안 스님 1100여명이 서약한 것에 비하면 시신·장기 기증운동이 크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법장스님의 분황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한 신도가 합장을 하며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 법장스님 영결식은 15일 오전 10시 조계사에서 봉행된다.

법장스님의 실천은 장기기증만이 아니었다. 14일 스님이 생전에 가입한 생명보험 증서가 발견됐다. 작년 4월 작성된 이 보험증서는 수혜자가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법장 스님은 작년부터 늙어서 몸을 맡길 데가 없는 스님들을 위해 '자비의 보험금 나눔 운동'을 시작했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금의 전액이나 일부를 기부하기로 약속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320여명이 27억원을 약정했다. 가장 먼저 가입했던 스님이 공교롭게 첫 사례가 됐다. 사후 장기·시신기증을 서약한 스님 중 시신기증 첫 사례도 법장 스님이었다.

법장 스님의 이 같은 솔선수범이 알려지면서 "불교의 전통과 사상을 현대 상황에 맞게 실천한 행동"이란 칭송이 나오고 있다.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은 13일 "법장 총무원장의 법구 기증을 계기로 승가정신을 되찾고 종도가 화합하도록 하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마련된 빈소에는 다른 종교 성직자부터 운동 선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호상(護喪)을 맡은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법등 스님은 이날 빈소를 찾아 조문한 방상훈(方相勳) 조선일보 사장에게 "주요 경기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운동선수들을 따로 초청해 금메달을 선물로 주며 '잘했다'고 격려해 주시곤 했다"며 "주변의 스님들조차 스님의 진가(眞價)를 잘 몰랐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빈소를 지키던 수경 스님은 "시신을 기증하고, 보험금을 어려운 노승(老僧) 복지에 내놓은 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오늘의 현실에 맞게 제대로 실천하신 것"이라며 "법장 스님의 행동이야말로 진정한 다비식이고 진정한 사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장 스님의 영결식은 15일 오전 10시 조계사에서 열린다.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조계사 앞 우정국로의 교통이 통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