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중인 소방공무원이 집에서 쉬다가 인명 구조 요청을 받고 사고현장에 출동해 익사직전의 수영객을 구조, 119의 성가를 드높였다.

속초소방서의 현북출장소 장남중(39·소방교·사진) 반장은 27일 모처럼 비번을 맞아 집안일을 거들던 중 오후 6시 15분 출장소 대원들로부터 출동요청을 받았다. 사고장소는 양양군 현남면 광진리 광진간이해수욕장. 장 반장의 집에서 1.5㎞거리다. 출장소에서 장 반장에게 이같은 긴급한 상황을 알린 건, 그의 집에서 사고현장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출장소에서는 사고현장까지 7㎞도 넘었다. 아무리 빨리 서둘러도 장비를 갖추고 현장에 도착하려면 20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장 반장은 구조 요청을 받자마자 지체없이 레스큐캔(부력을 지닌 구조도구)이 실려있는 승용차로 현장에 갔다. 해변에는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수영객 2명의 친구들로 보이는 4~5명의 고등학생과 30여명의 피서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리고 해상에는 해변에서 1㎞ 가량 떨어진 거리에 두 사람의 머리가 2~3m높이의 파도에 가려 보였다 말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장 반장은 그중 보였다 안 보였다의 간격이 긴 수영객을 향해 로프에 매단 레스큐캔을 어깨에 이고 헤엄쳐 나갔다. 해변에서 구조상황을 지켜보는 피서객들의 손짓을 따라 위치를 파악하며 수영을 계속한 장 반장은 20분이 지나 익사직전의 수영객을 레스큐캔 위에 실을 수 있었다. 그리고는 그 때쯤 사고현장에 도착한 구조선에 물을 많이 마셔 기진맥진한 피서객을 승선시켰다.

장반장은 고개를 돌려 또 다른 수영객을 찾았으나 이미 물에 가라앉은 후여서 눈에 띄지를 않았다. 속속 도착하는 구조대원들과 저녁내내 현장을 뒤졌으나 허사였다.

해병대 출신으로 철인3종대회 출전경력의 장 반장은 1m68, 62㎏의 중간 체격. 하지만 지구력과 용기에 관한 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라는 평이 자자하다.

그는 지난 97년에도 비번때 출동해 주문진해수욕장에서 익사직전의 수영객을 구조했으며 2001년에도 2차례의 구조활동을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 김대중정부 시절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공무원'으로 선발돼 청와대를 구경하기도 했다.

장 반장의 구조활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피서객 정훈익(56·서울시 성북구·회사원)씨는 "저런 분들이 있어 소방공무원=수호천사라는 이미지가 확고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 반장은 하지만 두명 모두 구조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구조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또 다른 수영객은 28일 오전 익사체로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