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구역질 나는 동물은 아무 때고 섹스를 하더군. 뻔히 임신을 할 수 없는 상태인 줄 알고도 말이야. 진짜 황당한 얘기 해줄까? 암컷이 임신을 하고 있을 때도 줄곧 그 짓을 하더군. 세상에! 늙은이들도 섹스를 하지 뭔가?"

만약 개가 말할 줄 안다면 인간의 행태를 보고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른다. 퓰리처상 수상작 '총, 균, 쇠'와 '제3의 침팬지' 등 인류 문명사의 최신 성과를 독특한 시각으로 소개해 국내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저자는 지구상에서 가장 특이한 섹스를 즐기는 동물인 인간에게 현미경을 들이댄다. '인간은 왜 남 몰래 섹스를 할까?' '인간은 왜 1년 중 아무 때나 섹스를 할까?' '인간 여성은 왜 폐경이 있을까?' '인간 남성의 성기는 왜 클까?'

인간 중심적 관점을 벗어던지면 인간은 매우 예외적인 동물이다. 저자는 다른 동물들과 비교할 때 인간이 얼마나 독특한 섹스 행태를 보이는지 설명한다.

자, 여기 원시인 여성이 있다. 그녀는 막 배란을 하고 정자를 받아들여 수정이 된 상태다. 다른 포유동물이라면 수컷은 다른 암컷을 찾아 나설 것이다. 문제는 다른 동물과는 달리 인간의 ‘새끼’는 젖을 떼고도 10년 이상 부모로부터 먹을 것을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원시인 여성의 경우 수컷이 떠난다면 뱃속에 있는 아이는 굶어죽거나 맹수에게 목숨을 잃을 위험이 크다. 그렇다면 원시인 여성은 어떻게 수컷을 붙잡아야 할까? 현명한 해결 방법은 언제든 섹스를 할 수 있는 상태로 머무는 것이다!

저자의 설명은 '진화론'에 입각해 있다. 선뜻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 덩치가 큰 고릴라 수컷의 성기가 고작 3㎝에 불과한데 인간 남성의 성기가 무려 13㎝에 달하는 이유는 공작의 긴 꼬리처럼 배우자를 유혹하려는 섹스어필 신호로 진화됐기 때문이란 설명도 그렇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영국의 과학교양서 시리즈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의 첫째 권이다. 전체 22권 중 '원소의 왕국' '마지막 3분' '인류의 기원' '세포의 반란' 등 1차분 다섯 권이 먼저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