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11테러 사건 이후 이슬람 문화에 관심을 갖던 차에 읽게 된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과 신의 전사들',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은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슬람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이들 책은 서구 기독교 문화의 관점에서 유럽사의 일부로 알고 있던 십자군 전쟁만이 아니라 이슬람의 눈으로 바라 본 유럽인의 침략 전쟁, 즉 잔혹한 살육과 대량 학살, 문화 유산의 파괴로 기억되고 있는 가장 혹독하고 잔인한 전쟁으로서의 일면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신의 전사들'의 저자인 제임스 레스턴은 미국의 저널리스트이며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는 기록 역사소설 작가로, 양쪽을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십자군 전쟁의 원인이 된 예루살렘은 기독교나 이슬람교 모두에 중요한 성지였다.
1096년 이후 성지를 서로 탈환하려는 전쟁은 200여년간 지속되었다. 십자군 원정의 정점인 3차 십자군 원정은 다른 원정보다 그 규모나 참여국에 있어서 대단했다. 이 전쟁에는 이슬람 왕국의 술탄이자 아랍을 구한 최대의 영웅 살라딘이 등장했고, 유럽에는 '사자왕'이라 불리는 전설적인 리처드 왕이 활약했다. '신앙의 수호자' 살라딘의 존재는 현재의 아랍인들에게까지도 '알라, 무함마드, 그리고 살라딘'이라고 불릴 만큼, 아랍을 해방시키고 유럽 열강을 물리친 민족의 영웅으로서 가슴 속에 남아 있다.
예언자와 시인들이 당대를 묘사한 문구를 읽는 것도 묘미이다. 십자군의 입장에서 성경 시편을 이용한 "하느님, 이방인들이 당신의 땅을 침입하여 당신의 성전을 더럽히고 예루살렘을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같은 구절이 있다. 반면 코란에는 자살테러조차도 불사하는 보복을 허락하는 "생명에는 생명을, 눈에는 눈을, 코에는 코를, 귀에는 귀를, 이에는 이를, 그리고 상처에는 똑같은 상처를"이 있다. 수세기 동안 지속된 종교적 갈등의 일면을 보여주는 구절들이다.
서구 열강의 침략 전쟁으로 인한 갈등과 원한의 깊은 골은 후대로 이어졌다.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의 다툼을 비롯해 기독교와 이슬람 국가들 간 갈등으로 발전했다. 저자들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을 강조한다. 비단 거국적인 국가 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과 기업, 나와 직장 동료, 내부 부서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심재혁·인터컨티넨탈호텔 사장)
입력 2005.07.0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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