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장일현(張一鉉) 기자가 공군 곡예비행 전문 특수비행팀인 ‘블랙이글’에 민간인으로는 처음 탑승했다. 최고 3000여m 상공에서 30분간 펼치는 이 위험한 비행은 훈련받은 조종사들조차 바짝 긴장하며 일반인들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인내를 요한다. A-37B 6대로 구성된 ‘블랙이글’은 공군239특수비행대의 별칭으로 한국 공군의 상징이다.
17일 오전 7시10분 강원도 원주 공군 ○전투비행단. 비행 2시간 반 전이다. 공군 관계자들은 "오늘은 꼭 아침식사를 하라"고 했다. 아침을 먹지 않은 조종사는 비행기에 탈 수 없다. 공복(空腹)에서는 엄청난 압력과 현기증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탑승 40분 전. 조종복과 낙하산, 헬멧 등 준비물을 확인한 뒤 비상 탈출 방법을 배웠다. 몸에서 짜릿한 전율이 느껴졌다. 기자는 연막장치를 뗀 자리에 앉았다. 기자가 탑승한 4번기 '슬롯(slot)' 조종사는 윤종천(34·공사41) 소령이다.
오전 9시40분 활주로에 6대의 블랙이글 등장. 귀청을 때리는 굉음과 함께 관제탑과 조종사들의 통신 내용이 한꺼번에 들렸다. 시동이 걸리자마자 눈깜짝할 사이 비행기는 1만 피트(약 3000여m)까지 솟구쳤다. "강원도 정선과 평창 근방"이라는 윤 소령의 말에 눈에 힘을 줬다. 비로소 치악산과 저 멀리 희미하게 설악산 줄기가 보였다.
문득 엔진 소리가 커졌다. 엄청난 압력이 느껴졌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윤 소령은 "이제 말을 많이 못 해준다"고 했다. 다리와 팔에 잔뜩 힘이 들어가고 손아귀에 진득한 땀이 뱄다.
기자를 태운 블랙이글은 이날도 평소와 똑같이 훈련했다. 각종 에어쇼에서 선보이는 묘기 그대로 연습하는 것이다. 속도계는 250~350노트(약 450~650㎞)를 넘나들었다. 바깥에선 아름다운 곡선이 그려질 것이지만 비행기 안에선 하늘과 땅이 거꾸로 뒤집혔다.
태양이 발 아래 놓이더니 바로 눈앞에 비행장 활주로와 도로가 나타나기도 했다. '독수리'들은 4~5m 간격으로 대형을 유지하다 순식간에 사라지곤 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여러 번 다짐했다. 정신을 집중하려 했지만 의식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자꾸 들었다.
블랙이글은 쉴 틈 없이 현란한 곡예비행을 계속했다. 훈련 과목은 태극과 빅하트, 버티컬 스플릿, 아파치 롤 등 10여개였지만, 구체적인 묘기는 20여개에 달했다. 갑작스런 상승 또는 강하 때는 '으~윽' 하는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기를 30분여, 마침내 비행기가 강하하기 시작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착륙. "마침내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를 본 조종사들은 "정말 잘 참아냈다"며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땅은 밟았지만 마치 허공을 걷고 있는 듯한 어지러운 느낌은 한동안 지속됐다.
'블랙이글팀'은?
블랙이글팀은 6대로 구성된다. 팀장격인 리더와 그 바로 뒤에 좌우측 윙이 있다. 이 3대의 대형을 뒤에서 조율하는 임무를 '슬롯'이 맡고, 슬롯 양측에 '솔로'가 배치된다.
선발 기준은 우수한 성적이 기본이다. 팀장은 중등과 고등 비행훈련성적이 모두 상위 5% 이내여야 한다. 팀원은 성적이 3분의 1 이내여야 한다. 비행시간이 800시간을 넘어야 하고 편대장 자격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팀원들의 '만장일치 동의'를 통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