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위해 내 임무를 완수하게 해준 하느님께 감사한다."
1805년 프랑스·스페인 함대와 영국의 운명을 놓고 겨룬 트라팔가 전투에서 승리한 넬슨 제독이 마지막 남긴 말이다. 넬슨은 27척의 배로 33척의 적함을 상대해 19척을 격침시키거나 나포했다. 영국군은 단 한 척의 함정만 잃었을 뿐이다.
하지만 넬슨은 승리를 목격하진 못했다. 프랑스의 1급 저격수가 쏜 총탄에 맞아 전사했기 때문이다. 넬슨의 승리로 나폴레옹의 기세는 꺾였고, 영국은 그후 100년간 세계의 바다를 지배하면서 해양 강국의 명성을 누리게 됐다.
트라팔가 전투 200주년을 맞아 나온 이 평전은 영국의 국민적 영웅으로 각인된 넬슨의 생애를 담고 있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열두 살에 해군에 들어간 그는 유능한 항해사인 서리지와 윌리엄 로커 함장으로부터 항해술과 지휘를 배우는 등 '준비된 제독'의 길을 걷는다. 해군에서 요구하는 뱃사람의 전문 기술을 10대에 배우고, 20대에 완벽하게 습득한 것이다.
그를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르게 한 것은 1798년 나폴레옹 함대를 쳐부순 나일강 전투였다. 13척의 프랑스 함정 중 11척을 나포하거나 파괴한 넬슨의 승리 때문에 나폴레옹은 이집트 침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1801년 넬슨은 발틱함대 부사령관으로 덴마크 해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코펜하겐 하늘이 대포알로 뒤덮이자 파커는 넬슨에게 후퇴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넬슨은 이전 전투에서 부상해 실명한 오른쪽 눈에 망원경을 대고 있다가 "나는 눈이 하나뿐이야. 그래서 때로는 보지 않을 권리가 있단 말이야"라고 소리치고 전투를 계속해 승리를 얻어냈다.
평전은 '영웅' 넬슨의 약점도 여지 없이 들춰낸다. 초창기 해군 장교로서 넬슨의 출세는 모리스 서클링 등 외삼촌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넬슨은 젊은 시절 출세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왕족에 기대려고 했고, 이 때문에 그를 키웠던 해군 선배들과 반대편에 섰다. 하지만 그가 믿었던 윌리엄 왕자는 무능했고, 넬슨은 1793년 프랑스와의 전쟁 때까지 뒷전에 물러나 있어야 했다.
넬슨의 리더십은 오늘날 조직의 지도자들도 참고할 만하다. 지시와 복종만이 관계를 규정하던 시절, 넬슨은 자기 직분을 권위가 아닌 사랑에 바탕을 두고 수행했다.
넬슨의 병사들은 그의 친구였고, 넬슨은 그들의 사랑과 충성을 기대했지 복종만을 원하지 않았다. 20대부터 함정을 지휘하기 시작한 넬슨이 병사들의 존경을 받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위대한 인간은 세상을 최대한 이용한다. 천재는 자신의 생각에 맞게 세상을 변화시킨다." 저자는 넬슨이야말로 이런 천재였다는 최고의 찬사를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