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 공부를 시작한 초기에는 하루하루가 실망과 놀라움의 연속이었어요." 미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장미정씨(21·3학년·경제학과 컴퓨터 전공)가 '한국 최고대학' 서울대에서 공부해본 소감이다. 장씨는 27일 두 학교에서의 체험을 비교하는 책 '하버드 vs. 서울대'를 서울(도서출판 답게)에서 낸다.
장씨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머리만 본다면 서울대생들이 하버드생들보다 똑똑한 것 같다"면서 "그런데 서울대에서 공부하는 것은 하버드에 비하면 너무 쉬웠다"고 말했다.
장씨는 4세 때 아버지(장병균·국제통화기금 선임 경제학자)를 따라 미국에 이민왔으며 하버드 입학 후 서울대에서 공부해보고 싶어 지난 2004년 방문학생으로 한 학기를 다녔다.
장씨는 서울대는 무엇보다 강의 진도가 느리고 내용도 쉬워서 공부강도가 낮아 자극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하버드에서는 공부할 양이 많아 친구와 만나 밥 한 끼 먹을 여유도 없을 정도로 시간에 쫓겼는데, 서울대에서는 주말에만 공부해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다"고 했다. 더 놀라운 것은 친구들이 남의 과제물을 베껴서 제출하는 것을 보았을 때였다. 그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숙제 좀 보여줘'라는 말을 쉽게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5시간 공부한 사람과 1시간 만에 베낀 사람이 같은 점수를 받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버드에서는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친구들과 과제물을 같이 하는데, 만일 누군가 남의 숙제를 베껴 낸다면 당장 그 그룹에서 쫓겨날 정도로 숙제 베끼기는 용납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리출석' 역시 놀라웠다. 교수가 출석을 부를 때 학생들이 목소리를 바꿔가며 친구 대신 대답을 해주는 것을 보고, 시트콤에 나오는 일이 아니라 실제 상황인 것을 알고 놀랐다는 것이다. 결석한 학생들에게 벌점을 주기보다는 강의 동영상을 제공해 다시 들을 기회를 주는 것도 하버드와 다른 점이다.
장씨는 그러나 동아리 활동은 서울대 쪽이 훨씬 좋았다고 했다. 하버드에서는 동아리 활동조차 장래 경력에 도움이 되도록 공부하듯 매달렸는데, 서울대에서는 친구들을 사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장씨는 "서울대가 똑똑한 학생들을 뽑아놓고도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환경을 마련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책을 쓰게 됐다"면서, "내 경험이 서울대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워싱턴=강인선특파원 insun@chosun.com)
입력 2005.04.26. 18:38업데이트 2005.04.2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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