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걸 축하해." 태어날 때부터 희귀병인 '수포성표피박리증'을 앓아온 황태연(여·14·서울대원여중 2년)양은 지난 밤 뜻깊은 축하를 받았다. 병으로 생긴 상처 때문에 붙은 손가락과 발가락을 분리하는 수술을 한 지 딱 두 달. 태연이의 수술을 후원한 삼성에버랜드 직원들과 가족이 모여 기념파티를 연 것이다. 태연이의 병은 피부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쉽게 물집이 생기고 피부가 벗겨지는 난치병이다.
하정은(26·삼성에버랜드)씨는 "오랜만에 보니 얼굴도 통통해지고 예뻐졌다"며 활짝 웃었다. 태연이는 "원래 예뻤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연이는 이날도 간지럽다며 연방 목이며 등을 긁어댔다. 얼굴과 팔은 물집과, 긁어서 생긴 상처들로 가득했다. 하얀색 블라우스는 상처 때문에 생긴 피로 얼룩졌다. "붕대를 제대로 감지 않으면 이렇게 피가 옷에 묻어요. 학교에서 재킷을 벗고 있으면 피가 보여서 창피해요."
그래도 태연이는 "수술로 손가락이 길어져 리코더를 불 수 있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밝은 성격 덕에 태연이는 단짝 친구도 여럿이다. 친구들은 손톱이 없는 태연이를 위해 음료 캔도 대신 따 주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다치지 않도록 몸을 감싸 보호해 준다.
태연이같이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전국에 50여만명. 희귀·난치병의 종류도 110여종에 달한다. 김민정(26) 사회복지사는 "희귀 질환은 돈이 안 되기 때문에 수술하려고 나서는 의사가 없고 치료비도 상당히 비싸다"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의사는 "(돈이 안 되는) 재미없는 병"이라며 태연이의 진료를 거부하기도 했다.
태연이의 꿈은 자신처럼 아픈 친구들을 낫게 해주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 "빨리 의사가 돼서 제 병도 치료하고 다른 친구들도 고쳐주고 싶어요. 얼마 전 한 살짜리 아이가 저랑 같은 병으로 죽어서 마음이 아팠거든요." 아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입력 2005.04.2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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