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창간 85주년 기념 사업으로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대영박물관-한국전'은 인류사를 망라한 세계적인 유물 335점이 전시되는 자리입니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열린 해외 문화재 전시 중 질적·양적으로 최고"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아야 할 유물이 너무 많아 도대체 무엇부터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한 번 와서 모든 유물을 다 눈에 넣으려 하지 마시고, 시간을 두고 한 차례쯤 더 오시라는 것입니다. 어렵기는 하지만, 이번 전시 유물 중 아무리 바빠도 놓쳐서는 안 될 보물들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전시관별로 동선(動線)에 따라 소개합니다.
◆역사관
전시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대영박물관 역사관이 나옵니다. 대영박물관이 어떻게 탄생하고 변천했는가를 알려주는 곳인데, 시간이 없다면 빠르게 지나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고대 이집트와 수단관
이번 전시 중 어린이들의 인기를 특히 많이 끄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3000년 전 여인의 미라와 서기전 12세기 이집트를 지배했던 람세스 4세의 석상, 그리스 미술의 영향을 받은 서기 1~2세기 이집트 미라 초상화 등을 놓치면 안 됩니다.
◆고대 근동관
4600여년 전 우르(Ur) 푸아비 여왕의 수금(竪琴·하프의 일종), 보험 평가액이 57억원에 이르는 신아시리아의 정복군주 아슈르나시르팔 2세상, 4600여년 전 우르 왕족 묘지에서 출토된 각종 보석들, 인간에게 정복당하는 자연을 형상화한 죽어가는 사자상 등을 유심히 살피십시오.
◆그리스·로마관
서양 미술의 원류가 집약된 곳입니다. 2500년 전에 만든 젊은이의 나체상, 헤르메스상, 멧돼지를 잡는 헤라클레스를 그린 그리스 토기…. 시간이 없더라도 고대 이집트와 수단관, 고대 근동관, 그리스·로마관 세 곳만은 가능한 한 차분히 감상하실 것을 권합니다.
◆아프리카·오세아니아·아메리카관
민속품 같기도 하고, 여타 문명권과 비교하면 세련됨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문명 하면 유럽과 아시아밖에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문화의 시야를 넓히는 장이 될 것입니다.
◆프린트·드로잉관
다 빈치, 라파엘로, 루벤스, 뒤러, 렘브란트, 고야 등 르네상스 이후 서구 미술의 흐름을 뒤바꾸어 놓았던 천재들의 작품을 모은 곳입니다.
◆선사시대와 유럽관
선사시대와 중세 이후 유럽의 보물들을 모았습니다. 어린이들의 관심을 특히 끄는 것은 영화 '해리 포터-마법사의 돌'에 모델로 등장한 '체스 말들'입니다.
◆아시아관
그리스에서 헬레니즘을 거쳐 정착된 조형미를 보여주는 서기 2세기 간다라불상이나, 3000년 이상 된 중국의 청동 술항아리도 좋고, 고려청자 등 우리 문화재들도 볼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