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김포국제공항시절 외국에서 입국하여 한국인이 받는 여권심사의 안내판 글이 '국민'이었고 영어로는 'National'로 쓰여 있어 문제제기를 하여 '한국인'과 'Korean'으로 시정된 바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외국인에 대한 표기에 문제가 있다.
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여 여권심사 받는 곳에 가면 한국인과 외국인은 따로 줄을 서야 한다. 외국인에 대한 안내판에 '외국인'과 'Non-Korean Citizen'이라고 쓰여 있다. 외국의 경우 '외국인' 표시에 'Foreigner' 또는 'Visitor'라고 안내되어 있는 곳도 있다. 그래서 담당기관인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전화로 확인해 보니, 이 표기는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Foreigner', 'Visitor', 그리고 'Non-Korean Citizen' 등 3가지를 가지고 검토한 결과, 'Visitor'는 처음부터 검토대상에서 제외되고 'Foreigner'는 '외계인'의 의미로 통용될 수 있어 외국인에게 불쾌감을 줄 우려가 있다고 제외됐다고 했다.
이것은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반 영한사전에 'Foreigner'의 의미로 '외계인'이 들어있지 않다. 오히려 한국에서 외국인 등록카드에 영어로 'Alien'이란 단어가 들어 있는데 이것이 '외계인'의 뜻이 있다. 외국인등록카드가 외계인등록카드라고 불쾌감을 느껴 바꾸자는 의견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계속 쓰고 있다.
'Non-Korean Citizen'은 틀렸다고는 할 수 없으나 좋은 표현은 아니다. 첫째로, 'Non'은 라틴어로 '아니다, 않다'라는 부정의 의미를 갖고 있다. 'Korean' 대 'Non-Korean Citizen'은 '한국인' 대 '한국인이 아닌 사람'으로 대립시키고, 부정적인 의미가 포함된 단어를 한국의 항공 관문에 붙여놓아야 하느냐는 문제가 있다.
둘째로 'Citizen'이란 단어는 한국에서 '국민'이란 의미보다는 '시민'으로 더 쓰이고 있다. 물론 'Citizen'에 '국민'이란 의미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리 쓰지 않는다. 'Non-Korean Citizen'으로 표기한 것은 한국인 중에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이민가 그 나라의 국적을 취득했고, 한국국적을 포기한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올 때 자기는 'Korean'으로 표시한 곳에서 여권심사를 받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이 사람들에게 이해가 가는 'Non-Korean Citizen'이 좋다고 해서 결정된 것이라는 게 인천공항측의 설명이다. 이 설명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감정적인 의미를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Foreigner', 'Visitor', 그리고 'Non-Korean Citizen' 중에 '외국인' 하면 언뜻 떠오르는 단어가 'Foreigner'이니 이 단어를 사용하거나, 좀 더 생각하면 한국인은 옛날부터 손님에게 따뜻한 대접을 하는 국민이라는 의미로 'Visitor'라고 하는 것이 더욱 좋을 듯하다.
(조두상·부산대 교수·언어정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