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지역 산불은 실화(失火)인가, 아니면 방화(放火)인가?

불은 지난 4일 밤 11시50분쯤 양양군 강현면 사교리 1번 군도 주변에서 처음 발견됐다. 당시 산불 목격자는 "산불이 도로에서 5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초속 30m가 넘는 강한 바람을 타고 20여평 규모로 번지고 있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방화보다는 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5일 0시10분쯤 현장에 곧바로 출동했으나 뚜렷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6일 현장을 찾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요원들도 별다른 성과를 못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속초경찰서의 한 형사는 "방화일 경우 주변에 차가 머문 흔적이나 발자국들이 남는데 이번에는 그런 걸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승용차나 트럭을 타고 지나던 운전사나 승객이 담배꽁초를 버려 불이 커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경찰이 방화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불 목격지점이 민가에서 300m 이상 떨어진 한적한 곳으로 차량 통행은 기껏해야 하루 5~6대에 불과해 누군가 의도적으로 불을 놓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림 공무원들은 방화 쪽을 더 의심한다. 이들은 "각종 실험결과 담배꽁초 한 개비로 큰 산불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한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 휴지 뭉치나 짚더미 속에 조그만 불씨를 넣어 숲속에 처박아놓으면 대략 10분 후 큰 불로 커진다는 것이다. 산불로 인해 득을 보거나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판단하는 집단이나 세력들의 소행일 수 있다는 추정이다.

이 밖에 발화현장 부근을 지나가는 고압선이 산불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며, 1~1.5m 간격으로 심어져 있는 수령 30년 가량의 소나무 가지가 강풍에 부딪치며 발생한 열에 의해 자연 발화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