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7000명 시대’가 열렸다. 6000명 선이던 전체 변호사 수가 올 1월 사법연수원 수료식과 함께 7161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 대비와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변호사 수가 늘어나기 시작한 10년 전의 2배가 넘었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들의 생존경쟁이 유례없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요동치는 변호사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 본다.
◆배구 코트의 변호사
지난달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 국내 프로배구 원년 개막일인 이날 경기장 출입구에서 한 사내가 무전기에 대고 "LG칼텍스정유 배구단이 경기장 안으로 입장합니다. 본부, 준비해주세요"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김용주(34) 변호사다. 그는 경기단체에 소속된 국내 최초의 변호사다.
사법연수원을 졸업하자마자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국에 입사했다. 입사 후 프로배구 경기단체의 규약을 점검하고, 선수와 구단 간의 표준계약서를 만들기 위해 두 달간 매일 밤 12시가 넘어서야 퇴근했다.
하지만 그의 이날 임무는 선수단 도착 안내였다. 전체 12명인 사무국 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자기 일이 아니라고 뻗댈 처지가 아니었다.
◆군대에 '말뚝 박는' 변호사
올해엔 처음으로 군대에 '말뚝' 박는 변호사도 생겼다. 사법연수원 졸업생 중 2명이 장기 군법무관에 자원한 것이다. 사법연수원 임시규 기획교수(부장판사)는 "군 미필자가 36개월짜리 단기 군법무관으로 가는 경우는 흔하지만, 의무복무기간 10년인 장기 법무관을 지원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졸업 후 진로가 막막하자 아예 연수원 입소 자체를 포기 또는 연기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사법연수원 입소대상자 990여명 중 62명이 등록을 연기했다. 입소 전에 다양한 경험을 쌓겠다며 방송사에 PD로 취직한 경우도 있다.
판·검사나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기업체나 관공서, 사회단체 등의 비송무 분야로 진출하는 변호사는 7년 전만 해도 단 2명뿐이었다. 그러나 작년엔 107명으로 급증했다. 연수원 졸업자 중 10% 이상이 재판과 직접 관련없는 일을 한다는 얘기다.
◆어디든지 간다
취업이 어렵자 특허문제를 다루는 변리사 사무실에 취직한 변호사도 있다. 변호사가 변리사를 고용하는 경우는 흔했지만, 반대로 변호사가 변리사 사무실에 월급쟁이로 고용된 예는 극히 드문 일이다. 또 사시와 행시 2관왕인 사법연수원 출신이 법조인의 꿈을 버리고 일반 공무원을 택한 경우도 있다.
사법연수원생의 취업이 어려워진 이유는 변호사 시장의 차별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법연수원 관계자는 "불과 1~2년 전만 해도 새내기 변호사 월급이 대략 500만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최저 2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다양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대기업이나 대형 로펌은 300만원 주고 꼴찌를 뽑기보다는 1000만원 주고 1등을 뽑기를 원한다”며 “이것이 연수원 졸업생의 취업을 어렵게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변호사’ 명함만 따놓으면 사회적으로 대접받던 시절이 가고 법조계에 들이닥친 생존경쟁의 시대는 법률시장 문화에 폭발적 지각변동을 일으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