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폭력 더 커지기 전 주위에 알리자'는 뜻
학교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 알려진 이 마당에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사랑으로 감싸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신고포상제는 교사가 학생을 신고하라고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주위에 알리라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특히 교사는 여러 사람 중 학생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다. 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을 가장 가까이서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교사가 나서야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있다.
교사 신고를 북돋울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신고포상제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물론 신고포상제가 실시되면 교사가 학생을 신고해야 하는 후유증도 예상되나, 지금 무엇이 가장 시급한 문제인지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예방하고, 다른 피해자가 없는지 알아내는 일이 급선무란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훨씬 더 충격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신고포상제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일부 교사들은 비교육적 처사라고 반발하겠으나, 오죽했으면 이런 대책을 내놓게 됐을까 반성을 해야 한다.
(김지영·대학강사·대구 수성구)
[반대] 당연한 교사 업무에 인센티브가 웬말?
'학교폭력 신고포상제'는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학교폭력은 교사들이 마땅히 지도해야 할 일이고, 담임교사가 계속적인 관찰로 학급운영을 잘 한다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담임교사는 자기 학급 주변을 돌아보며 이상 징후가 없는지, 소위 의심스러운 학생이 교실에 있는지, 그리고 폭력을 당할 만한 학생의 소재파악 등을 살펴야 한다. 그러한 당연한 책임과 의무를, 인센티브를 주어야 하는 건지 의문이다.
만일 폭력신고를 포상하게 된다면, 수고하는 교사 따로, 포상받는 사람 따로 있게 된다. 나는 교직생활을 하면서, 학생생활 지도에 헌신적이고 학부모로부터 존경받는 교사는 표창추천에서 항상 뒤지고, 그 정반대의 교사가 승진에만 눈이 어두워 선수치는 사례를 흔히 보아왔다.
문제는 교사의 자질과 사명감이다. 앞으로 교육은 인성교육에 보다 치중해야 한다. 교육은 100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하거늘, 해마다 바뀌는 교육제도에 문제가 많다. 윤리, 도덕교육에 역점을 두어야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 교사들이 소신과 사명감을 가질 때, 학교폭력은 사전 예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포상제는 타당치 않다.
(류길수·전 교사·광주 남구)
[반대] 부끄러운 땜질식 처방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이 저마다의 승진과 학교의 명성을 위해서 하나의 '일'로 전락해 버린 데는 성과급 제도가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또다시 학교폭력 신고 포상제를 도입한다는 교육부의 안이한 발상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왜 이렇게까지 학교가 위험해졌는지 원인을 찾아 반성할 건 반성하고, 고칠 건 고쳐야 하는데, 그저 구멍난 곳 때운다는 식으로 하루아침에 내놓은 대안이 신고 포상제라니….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신고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정말로 학교 폭력을 뿌리뽑을 수 있을지 의문이며, 그러한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
(김선영·주부·인천 남동구)
[찬성] 신고는 교사가, 처벌은 경찰이
학내 폭력이 날로 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나, 피해 학생 대부분은 보복이 두려워 부모나 담당 교사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설사 폭력 신고를 받았다 해도 사건이 외부에 노출될 경우, 대부분의 학교는 명예가 실추될 것이 두려워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서 신고를 기피하는게 현 실정이다.
그러나 이제 학원폭력 사태는 교내에서 교사 지도력만으로 선도할 수 없는 한계에 와 있다. 머지않아 일부 학교에서 공포감에 휩싸인 학생 일부가 등교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학교폭력은 신고포상제를 통해 교사들의 신고를 유도하고, 경찰을 비롯한 사법기관은 죄질에 따라 가해학생을 수사하고 엄하게 다스려야만 사라질 것이다.
(진영진·전 초등학교장·충북 청주시)
[반대] 신고 대신 학생에 더 다가서야
교육인적자원부의 '신고포상제'가 실시되면, 학생들과 학교와 교사측 사이의 신뢰 부재로 인해 학생들과의 밀착된 관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가까이 가지 못한다면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길은 점점 멀어진다.
요컨대, '신고포상제'는 자칫 학교폭력 근절의 주체를 학생 스스로에서 학교와 교사측으로 이전(移轉)하는 잘못된 방향성을 지향할 수도 있다. 이것은 학교폭력을 저지르고 있는 학생들에게 교사들이 애당초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벽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학교와 교사측은 우선 방법론으로서의 '신고'보다는 원칙론으로서의 '학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에 노력해야 한다.
(허병민·대학원생·서울 관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