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국인민대표대회 마지막날인 14일, 대만의 독립추구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무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반분열국가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이 명시적으로 규정한 목적은 대만독립 저지에 있지만, 그 파장은 동아시아는 물론 중-미 관계에까지 미칠 전망이다. 제10기 전인대 3차 회의는 이날 ‘반분열국가법’을 표결에 부쳐 찬성 2896표, 반대 0표, 기권 2표로 통과시켰다.
신화통신을 통해 공개된 이 법은 모두 10개 조항으로 돼 있으나, 핵심 내용은 제8조에 압축돼 있다. 제8조는 ‘비평화적 수단’을 취할 수 있는 세 가지 요건을 명시했다. 첫째, 대만 독립 분열주의자들이 어떤 명목이나 방식으로라도 대만을 중국에서 분열시키는 사태를 조성할 때이다.
전문가들은 대만이 독립국가임을 대외에 선포한다든지, 국호를 ‘대만’ 등으로 바꾸는 헌법을 개정하는 상황을 상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는 대만을 중국에서 분열시킬 수 있는 중대한 사변이 일어날 때로, 중국 동의 없이 외국 군대가 대만에 진주·주둔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셋째는 평화통일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다. 통일을 무한정 기다리지 않겠다는 의미로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그러나 제8조에 함축돼 있는 의미는 국무원과 중앙군사위원회가 ‘비평화적 수단’ 사용을 먼저 결정하고, 추후에 전인대에 보고하도록 규정한 것이 핵심이다. 대만문제와 관련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무력사용을 한 뒤 추인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둔 것이다.
이 법이 제정됐다고 실제 무력을 동원한 대만침공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중국으로서도 대만이 독립을 가시적으로 추구하면 무력을 통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대만 군 당국이 “중국이 공격하면 상하이(上海)나 싼샤(三峽)댐을 포격, 중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이 지금 시점에 ‘반분열국가법’ 제정을 감안한 것은 ‘대만 독립 저지’만이 타깃이 아닌, 다목적용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선 후진타오(胡錦濤)이 통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 줌으로서 군에 대한 지도력을 확보하자는 목적이란 설명이다. 대외적으로는 대만을 지렛대로 한 미국과의 힘겨루기에서 단호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베이징=조중식 특파원 jsch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