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社)의 빌 게이츠 회장이 “미국의 고등학교 교육은 시대에 뒤처진 폐물이 됐다”면서 “교육 시스템을 21세기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매년 수백만명이 대학에 진학도 못하고 취직도 할 수없어 인생을 망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빌 게이츠는 기업 요구수준에 맞춰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학력관리를 엄격히 하는 학교에 1500만달러(약 15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빌 게이츠 재단은 지금까지 7억3000만달러(약 7300억원)를 1500개 고교에 지원해왔다고 한다.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은 학교가 얼마만큼 훌륭한 인재를 많이 길러내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이 학교 교육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산업계가 희망하는 교육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학교를 세워 교육개혁을 주도해 나가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삼성전자의 윤종용 부회장은 지난달 교육부 강연에서 평준화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교사와 학교, 교육부가 기득권자여서 위기감이 없고 자리에 안주하려 하기 때문에 (개혁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또 “국내 유일의 과학영재학교인 부산과학고 같은 학교를 5개는 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 해달라고 요구하는데 그칠 게아니라 기업이 돈을 들여 직접 교육에 참여하겠다고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일본에선 도요타 등의 기업들이 200억엔(약 20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리더 양성을 목적으로 후쿠오카에 중·고교 통합과정의 엘리트 학교를 세운다고 한다. 미국 보스턴의 기업들은 지역 고교들에게 학생들의 평균 성적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도록 요구하고, 목표가 달성되면 해당 고교 졸업생을 적극적으로 채용한다는 사회협약을 맺어 효과를 보고 있기도 하다.
국가와 미래를 위해 교육의 내용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학교와 교사는 어떤 기여를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벌어져야 한다. 교육의 최종 수요자로서 기업이 이 토론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행동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