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대성 한판 붙자 -형렬-’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현수막이 전국 곳곳에 붙고 있다.

가로 7m 세로 0.9m 크기의 이 현수막은 설 연휴기간을 전후로 서울, 부산, 전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 수천개가 내걸렸다. 게다가 관할 자치단체에 신고되지 않은 불법 현수막으로 확인돼,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긴급히 철거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14일 현수막 50여개를 철거한 전북 전주시 관계자는 “구청에 신고도 하지 않았고 국가대표 선수 실명이 거론된 전형적인 불법광고물이어서 모두 철거했다”면서 “게시자가 드러나면 1개당 25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현수막의 정체를 두고 ‘이종격투기 홍보’ ‘태권도장 광고’ 등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특정 업체의 ‘티저광고’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살살 괴롭히다’ ‘애태우게 하다’라는 영어단어 ‘tease’에서 유래된 티저광고는 궁금증을 유발시키기 위해 메시지나 주제, 광고주 등을 처음부터 밝히지 않고 조금씩 제시하는 방식의 광고다.

유명한 티저광고로는 지난 2000년 ‘선영아 사랑해’라는 카피를 쓴 여성전용 인터넷사이트 마이클럽의 광고가 있다. 여자친구에게 사랑고백을 하는 듯한 이 광고가 지하철, 버스를 비롯 시내 곳곳에 붙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총선과 맞물려 특정 후보에 대한 선전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마이클럽은 사이트 개설 당시 접속자가 폭주해 시스템이 다운되는 등 광고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SK텔레콤 TTL 광고

모델 임은경을 톱스타로 만든 SK텔레콤의 ‘TTL’ 광고도 대표적인 티저광고다. 아무 설명없이 독특한 이미지의 소녀 모습과 TTL이라는 글자만 드러내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어냈다. 이 외에도 “M도 없으면서…”란 카피의 ‘현대카드M’, 축구감독 차범근씨 부부를 내세워 ‘결혼 26년 만의 파경 위기’라는 헤드라인으로 시선을 끈 국제전화 ‘00700’의 광고도 티저광고 방식을 썼다.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끈 지하철 속 ‘책 읽는 스머프’도 일종의 티저광고다. 결국 스머프들의 정체는 신생 인터넷서점 해피올닷컴 직원들로 밝혀졌다.

광고계에서는 티저 광고를 할 수 있는 광고주가 제한돼 있다고 보고 있다. 티저광고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려면 일단 일정 기간 이상 각종 매체에 노출돼야 한다. TV나 신문 등에 지속적으로 광고를 하려면 어느 정도 재력이 있는 광고주들이 할 수 있다는 것. ‘문대성…’ 현수막 역시 방송이나 인쇄매체보다는 훨씬 저렴하겠지만, 수천장의 현수막을 제작해 내거는 것도 꽤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애드 유승훈 대리는 ‘문대성…’ 현수막에 대해 “과거 ‘선영아 사랑해’를 패러디한 티저광고로 보인다”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했지만, 소비자들에게 실체를 밝히는 시점을 놓쳐버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