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운동의 올 한 해 흐름이 앞으로 1주일 안에 결정된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양 노총 수장(首長)의 교체와 민노총의 대화 테이블 복귀 등 노동계의 중대 현안이 이 기간 중 결판난다. 지난 1일 벌어진 임시대의원대회에서의 폭력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이수호(李秀浩) 위원장의 거취가 15일 중앙위원회에서 매듭지어진다. 또 17일 오전 10시부터는 국내 최대 노동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의 제21대 위원장 선거가 열리고, 22일에는 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가름할 임시대의원대회가 예정돼 있다.
◆4파전 한노총 위원장 선거
3년 임기의 한노총 위원장 선거는 현 이용득(李龍得) 위원장에 장대익 부위원장, 이동호 기획조정실장, 이경식 한국수자원공사 노조위원장이 도전장을 내 4파전 양상이다.
이남순(李南淳) 전 위원장의 사퇴로 8개월간 '단기(短期) 위원장'을 지낸 이 위원장은 자신의 리더십을 다시 한번 밀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반면 나머지 3인은 이 위원장의 친(親)민노총 노선에 따른 경계심리를 이용, "독선과 분열" "노총다운 노총" "사회적 책임" 등 주로 이 위원장 비판을 내세워 도전하고 있다.
한노총 주변에서는 '○강○약', '○강○중○약'식의 판세 분석이 나돌고 있으나 출마자들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 입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 이 위원장이 지난해 4·15총선 패배에 따른 조직 내부 추스르기에 역점을 뒀다면, 앞으로 선출될 신임 위원장은 과거 노정(勞政) 협상을 선도했던 전통을 되살릴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과거 한노총은 투쟁 강도에선 민노총에 밀렸지만 대(對)정부 협상력, 유연한 노동운동 노선 등에 있어서 훨씬 노련한 모습을 보여줬으며 이로 인해 '안정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 위원장을 제외한 다른 3명의 출마자들은 외부에 아직 그 역량을 드러낸 적이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들이 지휘권을 잡을 경우, 향후 노선이 더 격렬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화 복귀 서두르는 민노총
이수호 위원장의 거취는 '사퇴수용' 쪽에서 최근 유임 쪽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간부 취직장사 사건, 임시대의원대회 패싸움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된 때에 집행부까지 물러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지도력 공백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흐름이다.
민노총 내부뿐 아니라 정부 쪽에서도 '이 위원장 유임'을 점치거나 희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비교적 온건하다고 분류된 이 위원장 대신 좌파 강경 집행부가 등장할 경우, 민노총이 지금보다 더 강경(强硬) 선회할 것이라는 우려가 밑바탕에 깔려있는 듯하다.
1월 21일과 2월 1일 등 두 차례 실패했던 민노총의 노사정위 복귀가 22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 강경파의 극단적인 방해가 없을 경우, 통과될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인다. 최근 '취업장사' '난투극 대의원대회' 파문으로 위기에 몰린 민노총이 '사회적 대화'마저 외면하고 있다는 여론의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회마저 놓치면 민노총은 현 정권 내내 대화 테이블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민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하면 당장 새로운 대화기구 마련을 위한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예견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민노총이 15일 중앙위원회, 22일 대의원대회를 거치면서 올해 춘투(春鬪), 하투(夏鬪) 등 노동운동 기조를 유연하고 시장원리에 맞는 쪽으로 선택하느냐, 아니면 기존의 비현실적 강공 드라이브 노선을 고집하느냐 여부이다. 재계나 정부 쪽이 민노총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