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내용 =박정희 전 대통령과 사이가 나빠져 73년 미국에 간 김형욱 전 중정부장이 79년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된 사건이다. 김형욱씨는 역대 중정부장 중 가장 오랜 기간인 6년3개월(63~69년) 동안 자리를 지켰다. 김씨는 71년부터 72년까지 공화당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냈다. 73년 미국으로 간 직접적인 이유는 분명치 않다. 김씨는 77년 당시 박동선 로비 사건과 관련, 미국 의회의 청문회에서 증언도 했다. 김씨는 이어 김대중 납치사건, 인혁당 사건 등과 관련해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 박 정권은 이를 막기 위해 150만달러 제공 등 막후 협상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미국에서 프랑스로 건너간 79년 10월 7일 오후 7시 파리 ‘르 그랑 세르클’ 카지노를 나선 이후 연락이 끊겼다. 실종 6일 전 파리 리츠호텔에 묵던 그는 ‘키 큰 동양인’과 함께 호텔을 옮긴 뒤 카지노에 들렀다가 행방불명됐다. 프랑스 당국도 수사에 나섰지만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모름” “무관”으로 일관했다. 중정 요원에게 살해돼 무거운 추에 매달려 센강에 던져졌다느니, 비밀리에 압송돼 청와대 지하실에서 사살당했다는 등 여러 추측이 나돌고 있다.
그후 김경재 전 의원은 ‘박사월’이라는 필명으로 ‘권력과 음모’라는 김형욱씨의 회고록을 출간했다. 검찰은 이 책 내용을 문제 삼아 재판에 넘겼고, 김씨는 실종 상태에서 82년 징역7년형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84년 법원에서 실종선고도 받아 법률적으로는 사망자가 됐다.
쟁점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하고 청와대 경호실·중정이 실행에 옮겼는지가 관건이다. 김경재 전 의원은 10·26사건으로 수감된 박선호씨가 민주화운동가 송모씨에게 “김형욱이 청와대 근처 지하실에 끌려와 박 대통령 앞에 섰다”고 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권력이 개입했다면 79년 실종 당시 중정부장인 김재규씨에게 1차 혐의가 돌아간다. 당시 차지철 경호실장 지시설도 있다. 김재규 부장은 끝까지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주장했으나 강경론을 펼치던 차씨가 김씨를 제거해 충성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김씨가 카지노 부근에서 금품을 노린 우발적 범행에 당했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