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매듭 무형문화재 김희진씨는 몇 년 전 해외로 보낼 작품집을 만들면서 '노리개'를 '장난감'이라고 번역한 것을 보고 기겁했다. 인쇄 직전이라 가까스로 바로잡기는 했지만, 우리 전통 문화유산에 대한 적확하고 아름다운 번역어를 만들어 보급하는 일이 정말 시급하다고 실감했다.

한국학을 연구하는 외국인들뿐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한국의 문화유산을 영어로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딱 들어맞는 용어와 표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량(上樑)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국제교류재단 기획으로 최근 발간된 '한국문화재용어사전'(한림출판사 刊)은 그 같은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작업이다. 건축학과 고고학·미술사·민속학 등에서 쓰는 용어 2824개를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영어로 적은 뒤 이에 대한 설명을 한글과 영문으로 함께 풀었다. 이 책은 노리개를 'norigae'라고 발음대로 표기한 뒤 영어로는 'women's clothing ornament'라고 설명했다. 상량은 '목조 건물의 마룻대를 올리는 일'로, 영어로는 'the raising of the ridge beam to complete the framework of a roof'다.

유홍준 문화재청장, 김광언 인하대 명예교수, 윤용이(명지대), 박양진(충남대), 김리나(홍익대), 이상해(성균관대), 이청규(영남대) 교수 등 고고학, 미술사, 민속학, 건축학의 쟁쟁한 학자들이 필진으로 참여했으며, 로데릭 휫필드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 명예교수가 감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