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은 아시아 국가들 중 어느 나라가 대일(對日) 청구권 자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했을까?
지난 2000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의뢰를 받아 '대일 청구권 자금의 활용사례'를 연구한 연세대 김정식 교수(경제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활용사례가 가장 효율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받았다. 2차 대전 종전 후 일본으로부터 피해 배상금을 받은 아시아 국가는 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등 총 5개국이다. 무상(無償)자금을 기준으로 할 때, 필리핀이 가장 많은 5억5000만달러의 청구권 자금을 받았고, 베트남이 3900만달러로 가장 적었다.
한국의 경우 포항제철 건설(3080만달러)과 원자재 공급(1억3282만달러)에 무상자금의 절반 이상을 썼다. 또 경부고속도로(689만달러), 영동화력발전소(178만달러) 등 사회기반 시설에 거의 대부분을 썼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호텔과 백화점을 짓는 데만1억달러 가량을 사용, 가장 비효율적인 활용사례라는 비판을 받았다.
필리핀의 경우 섬나라인 지리적 특성 때문에 선박 구입에 가장 큰 비중을 뒀고, 석회암이 많은 지형적 특성을 감안해 시멘트 산업에도 집중 투자했다. 필리핀은 그러나 당시 지주계급의 자의적인 배상금 사용으로 일부 비효율적인 면도 있었다는 지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