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수촌은 어디인가. 전북 순창군, 전남 구례군, 곡성군, 담양군의 4개 지역이 장수벨트에 해당한다. 장수촌 가운데 하나인 구례에는 매우 유명한 샘물이 있다. 마산면 사도리(沙圖里) 상사(上沙)마을에 있는 '당몰샘'이 그것이다. 옛날부터 물이 좋기로 소문난 샘물이다. 동네 가운데이기는 하지만, 샘 옆에는 한 그루의 소나무가 서 있어서 운치를 더한다. 나는 구례의 명당인 운조루를 답사할 때마다 근처의 당몰샘에 들러 두 바가지쯤 물을 마시곤 하였다.
이 지역 사람들이 장수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 당몰샘의 영험한 물맛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샘에는 이 믿음을 뒷받침하는 '천년고리 감로영천(千年古里 甘露靈泉)'이라는 글자가 바위에 새겨져 있다. '영천'이라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샘 주변의 동네 사람들이 자기 집 마당에 파이프를 박아 지하수를 퍼내도 이 샘물의 수량은 크게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2004년 6월 4일에 실시한 수질검사표가 샘물 옆에 붙여져 있는데, 카드뮴·비소·셀레늄 등 47개 항목에 걸친 유해물질 검사에서 모두 합격판정을 받았다고 적혀 있다. 촌로들의 증언에 의하면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당몰샘 주변에는 약용식물인 구기자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고 한다. 구기자 뿌리는 물을 좋아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이 구기자의 하얀 뿌리들이 샘물 주변에 가득 몰려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당몰샘 물은 자동적으로 구기자 뿌리를 우려내는 약수였던 셈이다. 지금은 아쉽게도 구기자 나무는 대부분 사라졌다. 그 대신에 산수유 몇 그루만이 보인다.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매일 마시는 물이다. 그래서 옛날 고승들은 절터를 잡을 때 먼저 그곳의 물맛을 보고 잡았다. 도 닦는 데도 물은 영향을 미친다. 사도리는 도선국사(道詵國師:827-898)가 공부하던 곳이기도 하다. 어떤 이인(異人) 덕에 산천비보(山川裨補)의 풍수원리를 깨친 곳으로도 유명하다. 도선이 이곳 모래사장에서 산천의 형세를 그렸다고 해서 '사도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동네 입구의 사도천년사적비(沙圖千年事蹟碑)를 보니까, '음차수자 수개팔순(飮此水者 壽蓋八旬)'이라고 씌어 있다.
입력 2004.12.1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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