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여러모로 '선생 김봉두'와 비교될 만하다. '선생 김봉두'를 만든 장규성 감독의 세 번째 영화로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문제성 교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점이 그렇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여선생 VS 여제자'는 전작의 후광을 업고 '당연히 웃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미 충만해있는 상태라는 점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여선생 VS 여제자'는 초등학교 5학년 담임 여미옥 선생(염정아)과 당돌한 초등학생 고미남(이세영)의 말도 안 되는, 그러나 그럴 듯한 싸움이 줄거리다. 일단 여선생의 캐릭터는 지각 잦고, '아이들을 초장에 잡아야 한다'는 신념에 차 있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살가운 감정은 없다. 그녀는 노처녀인 데다 이제 소도시 학교 아이들은 지긋지긋하다. 희망이 있다면 대도시로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미술을 맡은 권상춘(이지훈) 선생이 부임하면서 여선생에겐 희망이 생긴다. 그와 가까워지기 위해 여선생은 권 선생이 하숙하고 있는 반장의 집을 찾아가 죽치고 앉아 있고, 권 선생이 특별히 예뻐하는 고미남을 '적'으로 규정한다.

아이도 여자도 아닌 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의 육체적 모호함은 좋은 코미디 소재다. 권 선생이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고, 엉덩이를 두드리는 행위는 사춘기 여학생들에겐 '성적 상상'을 자극하는 아찔한 상황. 당돌한 아이가 권 선생에게 "키스하면 산낙지 먹는 것 같아요?"라고 묻는 대목은 초등학생의 순진무구함과 여성으로서의 은근한 도발의 경계를 오가고 있어, '남자를 두고 싸우는 두 여자'라는 설정을 그럴 듯하게 만든다.

지각을 하고도, 도도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리는 여선생의 첫 등장부터 염정아의 코믹 연기는 빛을 발한다. 권 선생과 첫인사를 나누는 순간, 환상으로 그를 부둥켜안고 "왜 이제 왔느냐"고 울먹거리는 대목이나, 가정방문을 한 반장 집에서 정작 아이에게는 관심이 없는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는 모습 등 시치미 뚝 뗀 코믹 연기는 꽤 볼 만하다. 김정은·김하늘보다 이미지는 더 차갑지만, 그런 배우가 코미디라는 옷을 입으면 파괴력이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염정아가 '여자 차승원' 급의 연기를 선보였다는 것이 이 영화가 '선생 김봉두'만큼 파괴력과 전염성이 강한 코미디 영화로서 완성된다는 뜻은 아니다. 마지막 차승원이 카메오로 나오는 장면에서 그의 카리스마가 더 각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염정아가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 차승원보다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그건 영화적 설정의 한계이기도 하다. '투캅스'의 구악형사가 그러했듯, '선생 김봉두'의 '촌지 받는' 구악교사가 주는 웃음의 폭은 매우 넓다.

특히 그 구악교사가 촌지에 대해 무덤덤한 온 마을을 상대로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제자와 싸우는 여교사의 해프닝 수준을 크게 넘어서는 것이다.

고미남이 여선생과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나중에 설명되지만, 그건 이미 앞에서 충분히 암시를 주었던 부분이어서 '깨닫는 기쁨'이 떨어지고, 도시로 떠나려던 여선생이 다시 돌아오게 되는 계기도 너무 단조로워 뒤로 갈수록 맥이 풀린다.

그러나 '여선생 VS 여제자'는 넓은 관객층을 소화하면서도 민망하지 않은 웃음을 주는 잘 만든 코미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나문희·변희봉 등 탄탄한 조연이 주는 웃음은 신선하다. '선생 김봉두'의 80% 정도에 눈높이를 맞춘다면, 기꺼이 감상할 수 있는 휴먼 코미디. 1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