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세가 안 된 진욱이는 대소변에 문제가 있어 상담센터를 찾았다. 대변은 동동거리며 다니다 변기에 하기도 하고 그냥 싸기도 한다. 소변은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완전히 가렸는데 요즘은 계속 싼다. 병원에서는 방광에 이상이 없다고 했다. 소변 문제가 해결이 안 되니 놀이방이나 어린이집에도 갈 수가 없다.

초등학교 4학년인 성수는 아직도 밤에 오줌을 싼다. 다행히 캠프를 가거나 친척집에 가서는 실수를 하지 않아서 친구들은 이 문제를 모르지만 성수는 친구들이 알까봐 걱정이 많다.

흔히 소변은 두 돌을 전후해 낮에 가리고 세 돌이 지나면 밤에도 가린다. 만 5세가 되도록 이를 가리지 못하면 '유뇨증'이란 진단명이 붙는다. 유뇨증은 야간형과 주간형으로도 나뉜다. 야간형은 낮에는 가리지만 밤에 싸는 경우로 흔히 야뇨증이라고 부른다. 주간형은 낮에만 싸는 경우이고, 밤낮없이 싸는 주·야간형도 있다.

많은 부모들은 늦게까지 오줌을 못 가려도 '크면 가리겠지, 아빠도 어릴 때 늦게까지 못 가렸다고 하니 때가 되면 가리겠지' 하며 별 걱정을 안 한다. 그러나 아이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늦게까지 기저귀를 차고 있거나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오줌을 못 가린다는 사실을 친구들이 알게 될까봐 크게 걱정을 하고 그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진다.

유뇨증은 방광의 크기가 작거나 비뇨기계 감염이 있는 등 신체적인 문제가 있어서 나타나기도 하지만 전혀 이상이 없어도 나타난다. 진욱이는 엄마와의 관계와 대소변 문제가 직결돼 있음을 상담받는 동안 명확히 보여줬다. 엄마가 기분이 안 좋아 야단을 더 치거나 잘 놀아주지 않았을 때는 아무 때나 대소변을 보는데, 엄마와 잘 지낸 날은 대소변을 잘 가릴 때가 많다. 진욱이가 여름휴가를 엄마 아빠와 함께 강원도 계곡에서 신나게 놀고 온 적이 있다. 이후 1주일간은 대소변 실수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일곱 살 영철이의 경우도 주목할 만하다. 비뇨기과에서 준 약을 먹을 때만 잠시 실수를 하지 않던 아이가 사촌이 방학 때 놀러와 신나게 지낸 1주일은 약을 먹지 않고도 오줌을 싸지 않았다. 결국 심리적 원인이 유뇨증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유뇨증은 반드시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신체적인 문제가 있으면 약물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또한 식습관도 점검해 물 종류를 섭취하는 것과 소변과의 연관성을 관찰한다. 되도록 저녁식사를 일찍, 조금, 싱겁게 먹이고 가급적 물이나 과일을 섭취하지 않도록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줌을 싸지 않은 성공담을 아이와 함께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신철희 원광아동상담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