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6일 터키의 EU 가입협상에 대해 조건부 권고안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함으로써 터키의 EU 가입에 파란 불이 켜졌다. 그러나 12월 열리는 EU 정상회의 때 구체적인 협상 개시 일정을 받아내야 하고, 터키의 가입을 꺼리는 회원국도 있어 가입 성사는 아직 유동적이다.
◆가입의 관건은 인권=EU집행위는 보고서에서 "터키가 EU 가입을 위한 정치적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협상 시작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유럽에 대한 터키의 오랜 '짝사랑'이 성사될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 터키는 1960년 EU의 전신인 EEC(유럽경제공동체)에 준회원국으로 가입했고, 1987년 가입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사이프러스 섬을 둘러싼 그리스와의 분쟁으로 난항을 겪다가 1999년에야 후보 자격이 주어졌다.
이번 권고안은 조건부다. EU집행위는 터키가 인권 개선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아직도 고문이 자행되고, 군부가 비공식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언론 및 종교의 자유, 여권 신장 등에서 미진한 점이 많다며 지속적인 개혁을 권고했다. EU 집행위는 터키가 인권 존중 등 EU의 정치적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할 경우 협상 중단을 권고하겠다고 조건을 달았다.
◆희비 엇갈리는 터키=그동안 EU 가입에 '올인 정책'을 써온 터키로서는 이번 권고안에 대해 마지막 장벽이 사라졌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터키의 압둘라 귈 외무장관은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반겼다.
하지만 이슬람국가인 터키를 EU에서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유럽 내에서 터키인 거주자가 가장 많은 독일의 슈뢰더 총리는 이날 "터키가 대부분의 유럽 지도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찬성발언을 했다. 반면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국민투표로 결정하겠다"며 간접적으로 거부의사를 피력했다. 인구 7100만명의 터키가 EU에 가입할 경우, 인구에서 프랑스와 영국을 앞지르고, 독일에 이어 2위가 되기 때문이다. EU는 인구 수에 비례해 유럽의회 의석 수 등이 배정되기 때문에 졸지에 터키의 영향력이 급상승한다.
(파리=강경희특파원 khk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