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청은 최근 대신동 이화금란여중·고등학교에 "학교 체육관 문을 좀더 개방해달라"는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학생·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 3월 학교 내에 지어진 체육관의 일반 이용 가능 시간이 오전 6시30분부터 딱 1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용객은 배드민턴 동호회 30여명뿐. 하지만 학교측은 "체육관 바로 아래층에 교실이 있어 면학 분위기에 방해가 돼 확대 개방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학교시설을 주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지은 체육관들이 인력과 예산, 프로그램 부족 등으로 '반쪽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와 교육청이 2002년부터 추진 중인 '학교시설 복합화 사업'은 자치구와 함께 3개 기관이 건축비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금호동 열린금호교육문화관(교실 지하층), 이화금란여·중고등학교(교실 위층), 여의도동 여의도중학교(독서실 위층), 상계6동 당현초등학교(정보화센터 위층), 후암동 삼광초등학교(별도 건물) 등 지금까지 모두 5개 학교에 체육시설이 들어섰다. 모두 190억3800만원이 투입됐고, 서울시(63억5440만원)와 5개 자치구(31억6460만원)가 50%(95억1900만원)를 분담했다.
당현초등학교와 삼광초등학교는 각각 하루에 10만~20만원, 월 3시간 사용 기준으로 35만~40만원씩 받고 체육 동호회 등에 체육관을 빌려주고 있다. 개인 또는 가족 단위가 사용할 경우 제한된 관리인원만으론 통제가 힘들다는 이유다. 또 별도 부지 마련이 어려워 교실 위층에 시설이 지어져 아래층 소음을 유발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학교 관계자들은 "체육관 소음과 학교시설 훼손이 가장 큰 골칫거리"라며 "자체 프로그램이 없어 주민들의 관심도 적다"는 반응이다.
주민들도 불만이다. 시민 조윤옥(여·52·노원구 상계동)씨는 "당현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동네 주부들과 배드민턴을 치고 싶었지만 퇴짜를 당했다"며 "주민들을 위해 지은 새 건물이 폐쇄적으로 관리돼 답답하다"고 말했다.
반면 금호초등학교와 여의도중학교만이 당초 설립 목적에 맞게 주민 자율 이용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열린금호교육문화관'은 80여명의 위탁 직원들의 지도·관리로 수영장·헬스장·에어로빅장 등 각종 시설 및 프로그램을 운영, 금호초등학교 학생들과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현재 복합화 시설이 건립·설계 중인 곳은 15개 학교로, 이 중 개봉2동 개웅중학교 등 10여개 학교에서 교실 등 기존 시설 위에 체육관을 건립하는 방식이다. 또 앞으로 계획된 곳은 방학1동 창동중학교 등 12개 학교로 이 중 7~8개 학교 역시 기존 건물 위에 복합화 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구조 변경이나 활용 방안 마련 등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도 시민들의 자유 이용은 힘들 전망이다. 서울시 정태옥(鄭泰沃) 체육청소년과장은 "연말까지 교육청과 협의 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입력 2004.10.0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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