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7월 3일 밤 12시쯤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에 이스라엘 특공대원들을 태운 허큘리스 수송기 4대가 착륙했다. 이들은 당시 이디 아민 우간다 대통령의 전용차로 위장한 승용차를 앞세워 경비병 대기소에 접근한 뒤 순식간에 경비병들을 해치우고 공항 건물로 진입했다. 히브리어로 "엎드려"라는 고함이 터져나오고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7명을 사살하고, 뒤이은 우간다 군의 공격까지 물리치고는 100명 인질을 구출해 무사히 철수했다.
▶인질구출 작전의 전설로 남아 있는 엔테베 작전에 소요된 시간은 모두 53분. 그중에서도 테러범들을 제압하는 데 걸린 시간은 1분45초.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작전이었다. 인명피해도 특공대장 조나단 네타냐후 중령(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의 친형)과 인질 3명이 사망하는 데 그쳤다. 최초의 원거리 인질구출 작전으로 본국에서 4000㎞나 떨어진 곳에서, 그것도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국가에서 벌인 작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믿기 어려운 전과였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엔테베 작전의 주역인 사예레트 마트칼 같은 대(對)테러 특수부대를 창설, 유사시에 대비하고 있다. 1980년 런던주재 이란대사관 인질억류 사건을 해결한 영국의 SAS, 1977년 소말리아의 모가디슈에서 루프트한자 인질구출 작전을 펼친 독일의 GSG-9, 1994년 프랑스의 마르세유에서 에어 프랑스 납치범들을 진압한 프랑스의 GIGN 등이 유명하다. 특히 에어 프랑스 사건은 특공대원이 조종석 창문을 통해 섬광탄을 투척한 뒤 기내로 진입하는 장면 등이 TV로 생생하게 중계돼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특수부대의 작전이 항상 성공적일 수만은 없다. 2002년 10월 모스크바의 돔 쿨트르이 극장에서 인질극을 벌인 체첸 반군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환기구를 통해 주입한 신경가스로 인해 인질과 인질범 170여명이 함께 사망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정부는 500여명의 인질들을 구출해내고도 국제사회로부터 인질들의 생명을 도외시했다는 따가운 비판을 들어야 했다.
▶그때의 알파부대를 비롯한 러시아 특수부대는 이번에 또다시 인질 구출작전 사상 최악의 기록을 경신했다. 인질이 많았던 탓도 있지만 300여명이 사망하고, 700여명이 부상하는 참혹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총을 겨누는 테러리스트들의 무자비한 광기(狂氣)와 공산주의 시절을 연상케 할 정도로 인명존중의 자세를 찾기 힘든 러시아식 오기(傲氣)가 빚어낸 비극인 셈이다.
(김기천 논설위원 kc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