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 교수

우리 시대 가족의 의미란 무엇일까? 사랑과 헌신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 의미의 가족은 세계화, 개인주의 물결에 의해 점차 사라져가는 걸까. ‘세계 가족의 해’ 10주년을 맞아 9일부터 5일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한국 국제건강가족 학술대회’는 국내외 가족학자 300여명이 모여 가족의 형태와 개념이 다양하게 변하는 시대를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대화의 장이다.

그중에서도 ‘세계화’는 가족의 의미와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명 ‘기러기 가족’으로 불리는 ‘다국적 가족(Transnational Families)’ 혹은 ‘뉴 글로벌 패밀리(New Global Family)’를 심층 조사해 분석한 조은 교수(동국대 사회학과)의 논문은 그래서 주목을 끈다. ‘세계화의 최첨단에 서 있는 한국 가족(Korean families on the Forefront of Globalization)’이란 제목의 이 논문은 세계화가 어떻게 부부의 침대를 둘로 나눴으며, 한국 중상층 핵가족의 결속력을 해체시켜 나가고 있는지 분석한다.

‘뉴 글로벌 패밀리’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어머니와 그들의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 자녀는 해외에 살고, 아버지는 그들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 한국에 남아 열심히 일하는 형태. 조 교수는 새로운 가족 해체를 주도하고 있는 세대가 부부 중심의 핵가족을 정착시켜온 30·40대 부부들이라는 데 주목한다. “한국의 뉴 글로벌 패밀리는 영어가 중요한 문화적 자본이 되고 불안정 속에 세계 경제화가 진행되는 것을 목격하는 가운데 자녀들의 사회적 신분 상승을 보장받기 위해 하나의 프로젝트 팀으로 움직입니다. 자녀 교육을 위한 도구적 의미의 모성, 그리고 가족 개념이 점차 확산될 것이고, 그로 인한 가족 구성원 간의 불안과 상처도 심화될 것입니다.”

유영주 교수

유영주 교수(경희대 생활과학부)는 유교적 개념의 가족에서 개인주의화 강한 현대 가족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혼돈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 가족의 특성을 분석한다. 그는 한국 가족에 가장 부족한 것이 ‘긍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라고 지적한다. 다음이 삶의 목표와 가치를 나누는 일,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이다. 가족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도 한국 가족은 애정·헌신·존경 같은 기본적 요소 외에 몇 가지 실용적인 조건을 요구한다. 경제적 안정,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수행, 공동체와의 연계가 그것. 97년 IMF사태로 인한 가족 해체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가족 형태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미국의 존 듀프레인 네브래스카 링컨대학 교수의 주제 발표도 귀기울일 만하다. “건강가족(family strength)은 외적구조의 차원이 아니라 내적 기능의 차원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건강한 확대 가족, 건강한 동성애 가족, 건강한 양부모 가족의 사례를 들면서 가족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필요한 항목과 모델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 밖에 데이비드 올슨 미네소타대학 교수, 주디 제기 호주 뉴캐슬대학 가족행동센터 대표,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 앙키 쯔우 상하이 사회과학학회 부대표 등 각국의 학자들이 나와 주제를 발표하고 토론한다. (02)969-2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