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표 만화와 환호하는 군중들

만화가 허영만(57)이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이 책은 그의 첫 출세작 ‘각시탈’(1974년)을 시작으로, ‘무당거미’ ‘카멜레온의 시’ ‘오! 한강’ ‘아스팔트 사나이’ ‘날아라 슈퍼보드’ ‘망치’ ‘타짜’ ‘식객’으로 이어진 히트작 퍼레이드에 얼빠진 독자들에게 “정신을 가다듬고 그 모든 것을 그린 만화가를 주목하라”고 한다.

한국만화문화연구원 출신의 만화평론가와 인터넷 만화가게 주인 등 9명이 데뷔 30주년을 맞은 작가를 인터뷰하거나 그에 대한 평론을 쓰는 방식으로 작가의 작품세계와 창작과정, 더 나아가 그의 작업 스타일과 평상시 생활까지도 꼼꼼히 정리했다.

그의 출세작 ‘각시탈’이 도서잡지윤리위원회의 심의에 걸린 사연은 오늘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었다. ‘색시탈’ ‘무쇠탈’ 등 갖가지 아류작이 쏟아지자 위원회가 “당신 때문에 만화란 만화에 온통 탈이 등장하니 더 이상 탈을 쓰고 나오는 만화를 그리지 마라”는 생트집성 중지 명령을 내렸던 사연이 소개된다.

‘허영만’이란 이름이 흥행의 보증수표가 되자 그도 당시 유명 만화가들이 그랬듯 자신의 이름으로 만화를 그리는 직원을 수십명씩 두고 하룻밤 사이 시리즈 하나를 뚝딱 만드는 속칭 ‘공장만화’를 찍었다. 그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내 창작기간에서 빼버리고 싶은 부끄러운 기억”이라고 괴로워하기도 했다.

동물만화를 주로 그린 이향원의 문하에 있을 시절은 “능력급으로 받던 월급이 당시 삼성에 다니던 친구의 세 배에 달했다”며 “연애시절 아내는 내가 부잣집 아들인 줄 알았다”고 즐겁게 회고했다.

다른 만화가들에 대한 평가는 너무 솔직해 읽는 이가 무안할 때도 있다. “순정적인 요소가 많고 큰 기복 없이 잔잔한 감동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이상무), “나중에 어떻게 수습할까 걱정이 될 만큼 강하고 칼날 같은 스타일”(이현세)까지는 무난하더니 박봉성에 대해서는 “공장만화의 원조…, 역기능이 많았다”라며 불편해 했다. 자신의 만화 스타일에 대해서는 “중간에 장난도 좀 치고 그래야지 너무 딱딱하게 그리는 것은 못 참는다”고 했다.

책은 흔한 골목길 하나하나도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어올 만큼 꼼꼼한 그의 취재 방식, 올빼미처럼 밤에 일하는 일반 만화가와 달리 ‘오전 9시 출근 오후 7시 퇴근’을 지키는 일상까지 꼼꼼히 전달한다. 아울러 그의 대표작과 명장면을 통해 본 허영만 만화의 키워드들도 분석했다.

평전격인 ‘아스팔트 그 사나이는 지금 어디에서 달리고 있는가’에서는 여순반란사건에 진압대로 참여했던 경찰 아버지를 시작으로, 그의 습작시절, 만화가시험 낙방의 고배를 든 사연, 이후의 화려한 성공 이야기가 정리돼 있다. 허영만 만화의 열성팬이라면 기념으로 간직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