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발생한 열차 폭탄테러가 이슬람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각축장이었던 중세 스페인의 역사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카르타고와 로마제국의 식민지였던 스페인 영토는 8세기 초 북아프리카 무어인들의 진출 이후 약 800년간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다. 당시는 이슬람이 유럽보다 더 선진 문명이었기 때문에 이 지역은 이슬람의 영향을 받으면서 농업·상업·학문이 발달했다.

그러나 차츰 기독교가 세력을 넓히면서 13세기 초 스페인은 국토회복운동(레콘키스타)을 통해 이슬람 통치에서 벗어났다. 1492년에는 마지막 이슬람 영토였던 그라나다를 점령함으로써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을 완전히 몰아냈다.

그라나다에 남아 있는 ‘알함브라 궁전’은 스페인의 이슬람 문명이 얼마나 화려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유적이다. 마지막 이슬람 왕이었던 모하메드 13세는 기독교도에게 쫓겨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으면서 “스페인을 잃은 것은 아깝지 않지만 알함브라를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원통하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곳은 ‘통한의 언덕’으로 불려진다.

십자군 원정 이후 스페인에서 이슬람교는 탄압을 받았고 이슬람 사원의 건립은 허용되지 않았다. 현재 스페인 인구 4000만명 중 이슬람교도는 50여만명뿐이다.

최근 스페인 정부는 이슬람 유적들을 복원하는 등 스페인 내 이슬람 역사를 포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종교 간 갈등의 역사가 새삼 부각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