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공부를 하기 위해 영어를 준비한 지 3년이 되었다. 학과에 상관없이 졸업때 영어종합시험을 보기 때문이다. 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졸업장 대신 수료증만 받게 돼 TOEIC 등 영어를 다시 공부해야 했다.
그동안 영어학원에서 만난 수많은 대학생들과 젊은이들을 보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초등학교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인생에서 엄청난 양의 시간과 노력을 영어에 투자했다. 졸업 후에도 취업을 위해 영어에 매달려야 한다.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큰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우리는 영어의 바다에 빠져 익사 직전에 있다. 영어권 국가의 학생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그들은 우리가 영어에 투자하는 그 엄청난 시간에 다른 분야의 연구에 몰두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국가 경쟁력에서 밀리는 것이다. 우리가 현실적이고 능률적으로 영어를 배운다면 그 만큼 쉽게 정복할 수 있고, 나머지 시간에 자신의 전공이나 학과공부를 더 깊이 있고 폭 넓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에 나가 보면 나 자신이 바보가 된 느낌이고 벙어리가 따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억울하고 화가 난다. 대학 때까지 그 많은 시간을 영어에 투자했는데 영어실력이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자괴감마저 든다.
우리의 영어교육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대학 졸업 후 바로 국제무대에 나가도 무리없이 활동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교육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언어의 장벽을 넘어 국제무대에서 당당하게 겨룰 수 있다. 우수한 우리 민족이 영어교육의 체질 하나만 바꿔도 선진국 진입과 소득 2만달러 시대를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3~4년 후 국제학교가 우리나라에 설립된다고 하지만 하루가 시급하다. 아시아권의 홍콩이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 등 영어에 능통한 나라의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 정부와 교육당국에 영어교육의 체질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촉구한다.
(김정자 44·주부·광주 서구)